학습형 리모콘 세번째: Sofabaton U2

첫번째와 두번째는 이글루스에 써놨었는데, 이미 하늘(?)로 돌아가버렸다. 물론, 그 잔해는 보관 중이어서, 찾아봤더니 두번째였던 Sony RM-VLZ620 을 샀던게 2017년 7월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대략 6년 정도 쓴 셈이로군.

리모콘이라는게 매일 손에 쥐고 사는 기계고, 그렇지만 또 귀한 대접(?)을 받지는 못하는 처지인지라, 늘 떨어지고 던져지기가 일상이다. 따라서 이게 은근히 고장이 잦다. 6년을 잘 버티던 소니 리모콘도 결국 몇주 전부터 오작동을 하기 시작했다. 귀찮음(!)을 감내하며 분해하여 기름칠(BW100)을 해줬으나, 상태는 똑 같았다. (특정 기기로 전환을 해도, 자꾸 TV로 되돌아온다.)

이를 감안하여, 6년 전 리모콘을 살 때 과감하게도(?) 2개를 주문했었다. 지금 확인해보니(Ali. Exp. 는 무려 6년전 과거 기록을 살펴보는데도 거침이 없다. 이런 건 국내 쇼핑환경에선 불가능하다.), 당시 가격은 개당 $14.72 였다. 그리고, 그 나머지 하나는, 책상 안에 아직도 곱게 보관 중이다.


그럼 이제 그걸 쓸 때가 온건가??
그런데.. 다시 학습을 시켜야 하는 일이 영 귀찮았다. 내가 가긴 기기들 중, 특히나 AV 앰프가 단추 수가 제일 많은데, 이게 소니 리코몬에 등록이 돼 있질 않아서, 하나씩 하나씩 학습을 시켜줘야만 한다. 그게, 영.. 더구나 날도 덥고.


저건 핑계다.
그냥, 새거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
그런 불손한 목적으로 Ali. 를 이리 저리 거닐다가, 눈에 들어온게 Sofabaton U2 였다.
이 리모콘은 나하고 약간 인연이 있는데.. 몇 년전, Kickstarter 에서 Sofabaton X1 을, 이미 모집이 만료된 후에야 알게 되어 신청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그게 내 기억으로는 한 며칠 상관이었던 듯 한데.. 그 이후로 계속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워낙 비싸서 살 엄두는 못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Ali. 에서 파는, 심심풀이 땅콩 격으로, Smart IR Remote Control 제품을 구매해봤다. X1 은 이런 제품(Hub 라고 표현을 하던데)과 일반 리모콘을 합쳐놓은 형태다. 그런데, 생각보다 스마트 리모콘 사용이 번거로웠다. 리모콘은 그저, 손에 쥐고 괴롭혀야 제맛인데, 전화기를 켜고,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하는 게 영..

해서, 그 기능은 빠진 U2 를 선택했다.
그리고, 일반 배송이었음에도 단 5일 만에(그것도 주말까지 중간에 껴있었음에도!!), 받아볼 수 있었다.


포장 상자 옆면. (왜 물이 튀어 있었을까?)
전면.

그리고, 대망의 U2. (건전지는 들어있지 않았다.)

디자인은 그냥 그렇고, 키는 좀 적으며, 손가락 구분용 ‘돌기’등은 없다.

이 리모콘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Android/iOS 기기가 필요하고, Sofabaton 에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싫은 사람은 쓸 수가 없다.
U2 는 2023에 신판이 나왔다던데, 구판은 배터리 장착구 뚜껑을 열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기타 몇가지 사항이 수정됐다고 하는데, 외관도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또, 구판과 신판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배터리 넣는데 별 문제가 없었던 점과, 판매자에게 구매 전에 2023인지를 확인했었음을 종합하면, 그저 2023판이라고 믿는게 정신 건강에 좋으리라.

소감으로는, 키 갯수가 조금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 RM-VLZ620 은 키가 꽤 많았었는데.. (이 리모콘, 여전히 Ali. 에서 구할 수 있다. 가격도 6년 전과 비슷하다. Ali. 검색이 좀 이상한데, 좀 전까지는 틀림없이 안되다가, 구글에서 링크타고 들어갔더니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안되면 대문자로만 검색?)

사실, 대부분 기기에서 저만큼 키가 필요하지는 않다. AV 앰프같은데서나 저렇게 복잡한 키를 쓰는데.. 아무튼, U2 를 AV 앰프와 연동시키려니 키가 확실히 부족했다. 따라서, 중요한 키만 취사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이런 작업을 모두 Android 에서 할 수 있어서 큰 불편함은 없었다.

이게 기존 학습형 제품들과 다른 가장 큰 점은, 반드시 스마트기기를 통해야만 한다는데 있다. 내 기기(TV, 오디오 등등)를 등록하고, 키를 편집(선택)하는 등 모든 작업은 스마트기기에서 하고, 최종 결과를 리모콘으로 전송함으로써 비로소 리모콘 기능이 완성된다. 따라서 리모콘으로만 하던 작업보다는 훨씬 편하고, 그야말로 ‘직관’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은 기기별로 간단히 정리.


TV 는, 중소기업 제품이라 당연히 목록엔 없다. 다만, 이런 회사들은 (다분히 불법으로 보이지만?) LG 호환 신호를 쓰고 있으므로, LG 제품 아무 거나 적당히 택해주면 된다. 대부분 키는 잘 작동하는데, 몇몇 키는 학습해줘야만 한다.

Audio 는, 내가 쓰는 제품 모두 호환 제품을 목록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나는 모델명이 제대로 들어있었고, 다른 하나는 비슷한 걸 택해줬더니 잘 작동했다. (AV 앰프는, 키 취사 선택이 필요하다.)

선풍기는, 아마도 찾으면 있을 순 있겠지만, 국내 상품이라 Sofabaton 에 등록된 이름이 다를테고, 그거 찾아내다가 더 짜증날 듯 하여 그냥 학습시켜줬다. 선풍기라 키가 몇개 되지도 않으니 작업은 간단히 끝났다.

크롬캐스트는 Chromecast 로 찾을 수 있었고, 블루투스로 인식해야 하는데, Home 키가 살짝 잘못 정의되어있었다. Home:Home 으로 되어있는데, Home:Homepage 로 설정해줘야 원래 리모콘과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그외, Netflix, Youtube 바로가기는 없다.

혹시나 했으나, PS4 에선 이 리모콘을 Bluetooth 기기로 등록할 수가 없다. 검색은 되지만, 등록하려하면 ‘안돼!’를 보게 된다.


소니는 여러 키를 한 키에 담아주는 기능(Macro 라 할 수 있는..)이 ‘SYSTEM CONTROL’ 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데, 이건 딱 4개 밖에 만들지 못한다. 각 기기별로 4개가 아니고, 모두 합하여 4개. 난 이 기능을 선풍기에 주로 써왔는데(켜고, 회전시키고, 타이머 설정하고, 자연풍 등등 고르고), U2 는 어느 키에나 매크로를 설정해줄 수 있다. 또, 각 키 출력간 지연 시간도 정해줄 수 있어서(기본은 0.5초), 혹시라도 있을 오작동에도 대비할 수 있다. 소니는 이 부분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 살짝 편법을 동원해야 했었다.


총평을 하자면..

모양은 조금, 중소기업스럽다. 소니는 크기가 컸지만 손에 딱 잡히는 느낌이 좋았고, 키에도 돌기를 넣어서 쉽게 구분이 되게끔 했으며, 색상도 적절히 구분하여 세련된 느낌이었다. U2 는.. 그냥 까맣다. 가격이 싸지는 않은데(약 $60), 디자인에는 투자가 좀 덜 된 모양이다.

이제 막 사용하기 시작했으므로, 기능을 평하기엔 이르다. 다만, 방 이쪽 저쪽으로 쏴대도 잘 인식하니, 리모콘 기본 기능엔 하자가 없다.

기존 학습형 리모콘을 벗어나서 이런 기기를 선택한데는, ‘저장’ 및 ‘복원’이 혹시 가능할지?라는 기대도 한 몫했다. 예를 들어, 열심히 뚝딱뚝딱 여러 리모콘을 잘 정리하여 저장해놨는데(물론, 그리고 당연히 스마트폰에), 아뿔싸! 불의의 사고(?)로 리모콘이 망가지거나, 잃어버리게 됐다고 치자.

이럴 때, 새 리모콘을 사면, 지루한 설정 작업을 또 해야 하려나?? 이미 내가 만든 설정을 바로 옮길 수는 없으려나??
종이 쪼가리 하나인 설명서엔 그런 내용이 없고, sofabaton 홈페이지에도 안보이고, Android 프로그램에도 언급은 없다.

제작자 측에 한번 문의는 해볼 참인데.. 될 듯은 한데, 글쎄.. 잘 모르겠다. 그러려면, Backup/Restore 같은 기능이 있어야할텐데, 그런건 보이질 않으니. 된다면? 6년 뒤(?) 리모콘도 이거 아니겠나.

Author: 아무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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