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ペテロの葬列)

** 이글루스(2017/12/01 23:22)에 있던 글.


휴양림까지 가서 드디어 이 책을 끝내고야 말았다.
서평(?)은 나중으로 미루고..

원제는 ペテロの葬列 이고, 한국어판 제목은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인데, 무슨 뜻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십자가는 아마도 예수/베드로 이미지에서 따온 듯 한데, 반지는 뭘까?십자가와 반지를 그렸단 얘긴가? 그러나 초상(肖像)은 사람을 그렸을 때나 쓰는 단어인데?
‘초상’을 단순히 한글로만 표기해놔서 의미를 유추하기가 더더욱 어렵다. 肖像 인가, 初喪 인가.
단순한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 흔한 역자후기도 없어서, 왜 제목을 이렇게 바꿔버렸는지 더더욱 모르겠다. 방대한 내용 속에서 알아낼 방법 밖에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는데 무려 3개월( 더 걸렸을 지도?)정도나 시간을 소비했기에, 내용을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지는 못한다.

십자가와 반지를 그림으로 그렸다는 얘긴가, 아니면 십자가와 반지를 장례시켰다는 얘긴가…
대학에서는 ‘프랑스어’를 전공한 역자(김소연)의 의도를 도무지 파악할 길이 없다.

아무튼..

이 소설은 스기무라 사부로(杉村三郎) 시리즈 세번째이자, 스기무라 사부로의 이른바.. (이런 표현 쓰고 싶지는 않은데) ‘각성(覺醒)’을 담고 있다. 이전까지는 탐정 흉내를 내는 회사원이었다면, 이후로는 본격 탐정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듯 하다.

이 책보다 먼저 ‘음의 방정식’을 읽었기에, 스기무라의 가정사(혹시라도 이 글을 읽게될 분들을 위하여 자세한 언급은 피해둔다.)는 미리 알고 있었다. 따라서 끝 부분을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설을 읽는데 방해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시 돌아와서, 일본어 제목은 葬列(소우레츠)인데.. 우리말 사전에도 나오는 단어이긴 하지만, 난 처음 봤다. ‘장례 행렬’이라는 데, 이것도 좀 애매하다. 이 소설에서 렘브란트의 ‘그리스도를 부인한 베드로‘라는 그림 얘기가 나오는데, 이 그림은 예수님을 알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하던 베드로를 그린 성화다.
이 때 베드로는 예수님의 장례를 따라가던 게 아니고, 잡혀간 예수님의 뒤를 쫓고 있었다. (성경 여러 군데서 찾을 수 있지만 누가 22:54~62)
결코 장례행렬은 아니었다.

베드로 자신의 장례를 말하는 건 아닐테고..

찾아보면 나올 수도 있겠으나, 그냥 여기서 마치련다.


이 책을 다 읽은 게 새벽 2시쯤.
책을 내려놓고 한 동안 움직이질 못했다.
술을 마시던 때였다면, 휴양림에 갈 때 당연히 술을 사들고 갔을테므로, 이 시점에서 벌컥벌컥 한 잔(병?) 들이켰을 게 틀림없다.
예전, 기시 유스케의 소설(푸른 불꽃;靑の炎)을 읽고 나서, 참을 수 없는 허무함에 술집으로 향했던 때처럼.

그러나, 술은 이제 내 생에서 없어졌고.. 그저 멍하니, 책의 마지막 장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한참 동안을.

미야베 미유키님의 글은 꽤 많이 읽었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건 시대 배경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거의 보지 않았고, 판타지 소설류들도 한 두 개 정도만 읽었다. (가장 최근에 본 건 ‘사라진 왕국의 성’)
현대물들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80% 이상은 읽지 않았을까. (아직 ‘솔로몬의 위증’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한 줄, 한 줄. 허투루 나오는 글귀가 하나도 없다. 그걸 모두 꿰어 보배로 만든 게 작가의 능력이겠지.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는 2003년에 나오기 시작했고, 2006년에 또 한 편, 그리고 이 책은 2013년에 나왔다. 이후, 작년(2016년)에 단편집 희망장(希望荘)이 나왔다.

이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 두가지.
하나는,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는 모두 구매해야겠다는 단순 무지한 생각. (책을 읽는 도중 앞 얘기가 가끔씩 언급되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야지.. 10년도 전에 읽었으니.)
또 다른 하나는.. 이런 글들을 일본어로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강렬한(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는) 욕망.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볼까..

머지 않은 장래에,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를 모두 다시 읽어볼 셈이다. (물론, 예정한다고 그대로 이뤄지는 건 아니지.)

Author: 아무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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