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한 전자책, 갈무리해서 볼 순 없을까?

많지는 않아도 구매한 전자책이 몇 개 된다. 근데, 잘 보질 않게 된다.
왜냐고? 볼 수 있는 환경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ebs 라디오 어학 교재는 교보문고에서만 팔고 있는데(왜 이런진 모르겠다.), 교보문고 뷰어, 특히 PC 용은 형편없기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또, 각 사 뷰어마다 품질도, 설정도 제각각이라, 거기에 내가 적응해야 하는 상황도 싫다.
게다가 그냥 보기만 하는 책들과 달리 저런 교재는, 그래도 뭔가 끄적이고 싶기도 하고, 줄도 긋고 싶은데, 그게 불가능하다.

물론, 갈무리(Screen Capture)를 한다해도 일반 PDF 문서처럼 편하게 편집을 할 순 없다. 형광펜이나 밑줄 긋기등은 어렵다. 그래도, 뭔가를 입력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번 시도해볼만은 하지 않으려나?


문제는 리눅스로는 아예 방법이 없다는데 있다. 하려면 Windows 나 macOS 가 필요하다. 그리고, 다음 두가지가 필요하다.

  • 화면을 자동으로 그리고 연속으로, 동일한 시간 간격으로 갈무리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
  • 전자책 보개(viewer)를 역시나 같은 시간 간격으로 넘겨주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

macMini m2 가 왔다면 한번 시도해봤을 수도 있긴 한데.. macOS 엔 기본 제공되는 강력한 스크립트 도구가 있으니. 또, 화면 갈무리 프로그램도 찾으면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냥 쉽게, Windows 의 길을 택했다. 얼마 전에 11 로 갈아타기도 했고.
수 많은 화면 갈무리 도구 중, 자동 갈무리가 되는 프로그램을 찾아봤더니, Share X 라는게 있었다.
일단 오픈소스라 맘에 들고, 뭔가 복잡한 기능도 많다. 자동 기능도, 내가 원하는 수준에서 충실히 지원하고 있었다.

두번째가 문제였다. 내가 손으로 누를 순 없다. 자동으로 키를 보낸다??
그건,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선 AutoHotKey 밖에 없다.

리눅스엔 AutoHotKey 는 없고, 그와 비슷한(그러나 기능은 많이 미약한) Autokey 가 있다. Autokey 를 꽤 오래 전부터 써왔기 때문에 AutoHotKey 의 명성은 알고 있었는데, 직접 사용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후..
AutoHotKey 의 강점은, 강력한 문서화라 하겠다.
자체 문서와, 몇 번의 검색 추가 검색으로 내가 원하는 기능은 모두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문법도 잘 모르고, 정확히 내가 원하는 기능을 위해 어떤 명령을 써야 하는지 조금 헤매긴 했지만, 그래도 몇시간 내에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내가 했던 작업은 이렇다.


  • 뷰어를 실행시킨다. 화면 방해를 덜 받기 위해서 다중 모니터가 좋고, 부화면에서 뷰어 자체 기능으로 최대화를 시켜놓았다.
  • Share X 를 실행하여, 갈무리할 영역을 선택하고, 간격(3초 정도?)을 정한다.
  • Share X 에서 작업을 시작하고, 0.5초(?) 이내에 단축키로 AutoHotKey 스크립트를 실행한다. 여기서 할 일은..
    • 뷰어가 떠 있는지 확인하고(WinExist), 활성화(WinActivate)한다.
    • 마우스 포인터를 해당 영역으로 옮긴다. (CoordMode, MouseMove)
    • Loop 를 사용하여, 화살표(알라딘)나 마우스 휠 내림(교보) 동작(Send)을 반복한다.
    • sleep 으로 명령 간격을 설정한다.

쓰고 나니 간단하지만.. 생소한 환경이라 조금 헤맬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정말 잘 정리된 문서 덕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역시, 오픈소스의 힘은 ‘문서화’에 있다.

처음엔 마우스 포인터를 옮길 생각은 못하고, Share X 를 실행하고 내 손으로 직접 작업을 했었다.
그러나.. 무식하면 몸이 고생하는 법. 그러다가, 비활성화된 창에도 키입력을 보낼 수 있다는 명령(controlsend)을 써봤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MouseMove 를 선택했다.

알라딘은 좌우 화살표로 다음/이전 쪽 이동이 잘 되는데, 교보는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고. 그래서 마우스 휠 내림 이벤트를 택했다.


좀 더 자동화를 한다면, 아마도 Share X 를 AutoHotKey 내에서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만약 저 작업을 하루에도 수십번 해야 한다면 아마도 그 방법까지 찾아봤을텐데, 그럴 일은 없으니 그저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Share X 에서 자동 갈무리된 파일은, 파일명이 요상하게 붙여진다.
이것도 어딘가 설정에 보면 규칙을 줄 수 있겠지만, 역시나, 그렇게 강한 필요가 있질 않기에, 그냥 넘겼다.
나중에 정리할 땐 시간 순으로 정렬한 뒤, Total Commander 의 강력한 기능 중 하나인 ‘다중 이름 바꾸기’ 로 손쉽게 작업을 끝냈다.

사용하려는 프로그램에 따라, 이렇게 만들어진 파일들을 압축(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 파일로 묶어주는 역할)하여 활용할 수도 있겠고, PDF 로 만들려면 Linux 에서 img2pdf 를 쓰면 된다.

또 하나 언덕을 넘었다.

** 저작권?

법이라곤 동네 강아지만큼도 모르지만, 내가 구매한 저작물을, 나 혼자 쓸 목적으로 복제(이 표현이 맞으려나?)하는 행위는 위법이 아니라고 들었다.

Author: 아무도안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