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Impossible 이 넷플릭스로 돌아왔다. 4월쯤이었나? Paramount 작품이 쭉 빠지면서 M.I 도 같이 없어졌었는데, 일주일 전쯤 전편이 모두 돌아와버렸다.
작별이 아쉬워(?) 당시 2편을 제외하곤 모두 다시 봤었던 듯 한데..
뭐, 이 영화는 꼭 제대로 본다기 보다는, 그냥 틀어놓는, BGM(Background Movie)로 적격이지.
M.I 와 더불어, ‘화이널 디씨전’도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원제는 Executive Decision 으로, ‘최고 권력자의 결정’ 정도로 번역할 수 있으니, ‘대통령령’이면 뜻이 통할게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영화 판매업자(?)들은 저런 다소 자극이 센 용어를 갖다 붙이길 좋아했으니.. ‘파이널’이 아닌 ‘화이널’에서 시대감도 느껴볼 수 있겠다.
98년 밴쿠버에서, 정말 비디오 닳을만큼 봤었던 영환데, 정말이지 오랜만에 다시 볼 수 있었다.
또 하나, ‘피라미드의 공포’도 올라왔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예전에 TV에서 할 때 녹화했던 걸 역시나 수십번 봤던 기억이 난다. 사실 위에 있는 영화들 모두 ‘봤다’기 보다는, 그냥 ‘틀어놨다’가 맞겠다. 이렇게 전기를 낭비하고, 지구를 힘들게했다니..
오랜만에 다시 보긴 했는데, 감동은 별로. 내가 봤던 건 우리말 녹음판이었고, 방백을 했던 성우가 주호성님이었는데(내 기억이 확실한진 모르겠다.), 그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어쩐지 몰입감이 떨어져버렸다.
위에서 ‘화이널 디씨전’ 얘길하다보니, 이렇게 엉뚱한 제목을 붙였던 영화들이 생각나면서, 아직도 살아 움직이며 숨쉬고 있는 시리즈 영화 얘기를 쓰고 싶어졌다. 바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
‘분노의 질주’가 돼 버린 ‘Fast & Furious’는 꽤 잘된 번역이라 생각한다. 형용사 Fast 를 명사화 하고, Furious 가 이를 수식하는 식으로 해서 ‘분노의 질주’라고 번역(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국어 이름을 줬다고 보는게 맞을 듯)했는데, 나름대로 일리도 있고, 멋도 있었다. 물론, 100% 내 생각이다.
헌데, 이게 또 좀 이상하게 꼬여버렸으니.. 이 영화가 단편으로 끝나지 않고 20년을 넘게 이어져버렸기 때문에, 애초에 ‘분노의 질주’라 붙인 제목이 이상하게 돼 버렸다.
2001년에 나온 첫 편의 제목은 ‘The Fast and the Furious’ 였다. ‘빠른 놈들과 분노한 놈들.’ 였는데, 이대로 쓰기엔 관객 몰이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을 했었는지, ‘분노의 질주’로 바꿔버렸다.
2편은 2 Fast 2 Furious. 아마도, Too fast to furious. 정도일텐데, 뒤의 to 에는 be 가 붙어야 말이 되지만, 아무튼 제목은 이랬다. 우리말론 ‘너무 빨라 분노할 틈도 없다?’. 역시나 장사엔 도움이 안됐을테고, 1편과 연속성도 없으니, 그냥 무성의(?)하게 ‘분노의 질주 2’로 한국어 제목을 붙여버렸다.
2006년에 나온 3편은 별 무리가 없다. The Fast and the Furious: Tokyo Drift. 1편 제목을 그대로 가져오고, 도쿄 드리프트만 덧붙였다.
문제는 4편(2009)부터다. 영어에선 정관사가 사라지면서 집합명사 형태에서, 단순 형용사가 돼 버린다.
Fast & Furious. 빠르고 열받는? 1편을 ‘분노의 질주’로 해놨는데.. 이건 또 무슨 수를 내야하나? 업자들은 여기서부터 무식한 농간(?)을 부리기 시작하는데..
Fast & Furious 는 우리말로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날’이 됐다. 왜 ‘The(ðə)’ 인지는 모르겠다. Original 을 붙였다면, 당연히 ðiː 가 돼야 맞는데..?? ‘디 오리지날 딤채~’ 이 광고를 못봤으려나? 사실, ‘더 오리지날’은 꽤 자주 보고 들을 수 있는 한국어 표현이다. (그래, 이건 한국어가 맞다.)
기가 막힌 명명법으로 4편을 넘긴 업자들은, 아마도 이 영화가 이제 그만 만들어지길 바랐을 지도 모르겠다. 허나 2년 만에 5편(2011)이 나왔고, 제목은 ‘Fast Five’. (주인공이 5명 이었으려나? 그보단 많았을 텐데.) 이 때부터 멋진 ‘외래어’ 향연이 시작된다. 이름하여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여기서 왜 정관사를 빼먹었는진 모르겠다.
이 ‘언리미티드’는 007 영화 ‘The World is not enough.’ 의 한국어 제목이기도 하다. 다섯(Five)도 끝이 없고, ‘이 세상으로 만족 못해.’도 한계가 없다.
이후, 6편과 7편에서 그냥 숫자만 들어갔던 원제와 달리, 한번 곁길로 빠진 우리말 제목엔 외래어 날개가 달리기 시작하여 Fast & Furious 6 는 ‘더 맥시멈’이 됐다. 앞으로 나올 제목엔 언리미티드를 압도할, 강력한 제목을 붙여할텐데, 그 첫타자는 ‘더 맥시멈’이었다. 역시, 우리말(?)인 ‘더’가 붙었다.
7편, Furious 7 에도 ‘더’가 붙긴했는데, 세상을 뒤엎을 형용사를 찾지 못했는지 단촐하게 ‘더 세븐’으로 만족해버렸다.
2017년에 나온 The Fate of the Furious. 이쯤되면 우리말 번역도 어려워진다. ‘분노한 자들의 운명’. Fast 와 Furious 로 이런 저런 기교를 부리더니, 이번엔 Fast 를 빼고 Fate 으로 바꿔버렸다. 하여, 한국 업자들은 6편 ‘더 맥시멈’을 다시 답습하며 ‘더 익스트림’이란 아주 멋진 작명을 할 수 있었다. 여기도 ‘더’가 붙었는데.. 생각해보니, ‘더 익스트림’이라고 한글로 썼기 때문에 ‘더’가 된 모양이다. 만약 ‘The Extreme’ 이라 했다면, ‘ðiː’가 되었어야했겠지. 따라서, ‘더’는 한국말이다.
그리고 2021년. 영어 제목은 더더욱 단순해졌지만, 한국어는 원대해졌다. ‘F9’ 대 ‘더 얼티메이트’. ‘The Ultimate’ 인가본데, ‘디 얼터멋’ 정도가 원어와 비슷한 발음이 되겠으나.. ‘얼티메이트’라는 괴상한 단어가 튀어나와버렸다. (이런걸 가지고 ‘표기법’ 운운을 하겠지만..)
내년엔 Fast X 가 예정돼 있다. X 는, 영문자 X 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로마숫자로 the Tenth 가 아닐런지.
과연, 언리미티드와 맥시멈을 뛰어넘고, 익스트림하면서도 그 얼티메이트함을 능가할만큼 원대한 형용사가 또 있을런지.
근데, M.I 얘기하다가 왜 이렇게 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