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他界)? 타계(他計)? 타개(打開)겠지.

정치기사를 읽다가.. 중간 쯤에서 멈춰버렸다. 기사 내용이야 별 거 없는거고, 읽어도 그만, 안읽어도 그만 인데, 눈에 딱 한 단어가 거슬렸기 때문이다.

기자가 고단수라서, 일부러 ‘타계’를 썼으려나? 원래는 제목과 본문 사이에 사진이 들어가 있었지만, 사진은 빼고 갈무리했다.
타계(他界)는 ‘세상을 떠남’을 일컫는 낱말이다. 이 글 쓰느라고 사전을 보다보니, 살짝 다른 한자를 써서 타계(他計)라는 말도 있었는데, 몇십년 살아오면서 이런 표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있었어도 까먹었지.)

여기에 적절한 표현은 타개(打開)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쳐서 연다’는 뜻이 된다.
한자 교육을 없앤 한국은, 점점 가면서 덩달아 문장 수준도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한자를 쓰지 않음으로써 얻는 여러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이 보인다. 한자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저런 실수는 없었을텐데. 실수인지, 글쓴이의 어휘력이 저 정도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니면 정말 일부러 ‘타계’를 썼을 수도???? 무서워라!!)

글쓰기가 자신의 업인 이들은, ‘형식’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식이라면, 맞춤법, 문법 정도가 포함될텐데, 이걸 제대로 지켜 글을 쓰는 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든게 요즘 현실이다. 더더군다나 활자매체가 아닌 전자화면(?)으로 흩뿌려지는 글자의 나열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난 이런 사소한 실수를, 식당에서 나오는 머리카락 정도라고 생각한다. 머리카락 나와도 그냥 대충 치우고 먹을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이런 일은 있어선 안되는게 아닐까?
허나, 지금 이 나라 글판은, 온통 머리카락 투성이다. 심지어 머리카락을 넘어 바퀴벌레가 나올 때도 많지만, 그저 모두들 못본 척(아니, 나왔는데도 못 보는 사람도 꽤 많은 듯 하고..) 넘기는게 미덕이 된 모양이다.

저 기사의 댓글이, 내가 글을 쓰는 시점에서 600개가 넘게 달렸는데, 귀찮음을 감수하고 모두 열어본 결과, 딱 2개 댓글에서 ‘타계/타개’를 지적하고 있었다.
그래, 어느 전문가님(?)이 말씀하셨듯, 뜻만 통하면 된다잖아.

Author: 아무도안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