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패널 교체.. 오랜만에 용산 나들이.

ThinkPad 이상 현상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화면 문제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수리(‘교체’겠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였다.

보증기간은 이미 날아가버린지 오래고, 부품을 구해서 내가 스스로 교체를 하느냐, 아니면 전문가의 손에 맡기느냐 이게 두번째 문제였다.
그렇다면 첫번째는??

과연 이게 화면 불량인지, 아니면 다른 쪽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이렇게 된건지.. 그걸 판단하는 게 먼저였다.

아주 간단하게 인터넷 검색을 한 결과, 용산의 한 업체가 내 눈에 포착됐다. 우리 동네에서 먼저 검색을 해보긴 했는데, 그래도 용산이 낫겠지 싶어 용산을 택했다.
내가 나름대로 알아본 바로는, Back Light 불량이거나, 아니면 Inverter 불량. 이 둘중 하나인 듯 했는데.. 오전에 업체에 전화를 해보니, 요즘은 저 부품들이 모두 통합되어 그냥 패널 하나로 나온다고 했다. 아.. 그런거로군.
불량 판정은 아무래도 직접 봐야 할 수 있으니,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기기를 택배로 보내거나, 직접 오거나 하나를 택하라고 했다.

사진은 찍어봤지만, 눈에 잘 드러나질 않는다. 택배는 시간이 걸린다. 용산까지 뭐 오래 걸리지도 않는데, 내친 김에 직접 가기로 했다.


얼마만에 가는 용산인지.
글쎄, 기억은 안나는데, 지금은 어엿한 호텔이 돼 버린 그곳. 예전 관광터미널이었던 그곳. 마지막 방문은 거기가 공사 중일 때가 아니었을까? 사실 전혀 기억이 안난다. 그래픽 카드를 사러 2010년대 중반쯤에 한번 간 건 확실히 기억이 나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는지.
아! MS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2018년이나 19년일테니, 따지고 보면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네. (그때 전자랜드 1층에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었던 기억도 확실히 남아있다.)

코로나 때문이려나, 아무튼 용산 전자상가 주변 풍경은, 내 오래전 기억 속 그곳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업체를 찾기는 쉬웠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내 번호로 상호와 업체 위치를 문자로 보내줬기에(요청하지도 않았음에도! 이런 상술(?)은 아주 맘에 들어요!) 한번 헛발질도 없이 바로 찾아갔다.

다만,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약 3초쯤 당황을 하긴 했다. 수리를 맡긴 손님들이 기다릴 수 있을만한 공간이 있으리라 막연히 생각을 했는데, 문을 열면 바로 접객대가 있고, 손님에게 주어진 공간은 약, 1 제곱미터 정도? 허헛! 용산을 그래도 꽤 많이 다녔지만, 고객용 공간이 이렇게 막혀있는 데는 또 처음 봤다.

아무튼.
오전에 전화를 했었다고 말했더니, 기억하고 있다며 화면을 보여달라 했다. 작은 문제가 여기서 또 발생했다. 본체를 넘겨줬더니..
살짝 당황하며, “윈도우가 아니네요?”

MS 윈도우는 없다. KDE Neon, Ubuntu, 그리고 해킨토시가 있을 뿐.
다시 돌려받아 KDE Neon 으로 부팅한 뒤, 동영상을 돌려 기기발열을 조장(?)했다. 내 의도에 충분히 부응하여, 곧 화면은 이상한 상태가 돼 버렸는데..

여기서 두번째 소통 문제.
화면을 보더니, “윈도우가 아니라서.. 소프트웨어 문제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엥? 소프트웨어라?
순간, 나도 살짝 당황하여 이런 저런 횡설수설이 튀어나왔다.

이 기기에 몇몇 OS 가 설치돼 있는데, 모두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나는 적어도 이 OS 들에는 ‘전문가’이기에 소프트웨어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스스로, ‘전문가’라고 누구한테 얘기해보긴 태어나서 처음이다. 농담으로야 많이 그래봤지만.
나이 많은 아저씨가 스스로 ‘전문가’라고 우기는 소리가 조금은 먹혀들어갔는지, 조금 더 내게 주의를 기울이려는 순간!

또 다른 직원이 우리 쪽으로 왔다. 나 때문에 온건지, 다른 일로 온건지는 알 수가 없는데, 난 그때 전원을 끄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다행히도 꺼진 화면에 잔상이 선명히 남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 화면을 다른 직원에게 보여줬더니, 그분은 바로 오류를 인식하며, “Burn in 이네” 라고, 내게 도움되는 한마디를 던져주었다.


그리하여, 결국 11만원을 주고 화면 패널을 교체했다. 새제품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저 패널만을 파는 곳을 찾지 못했는데, 외국에서 검색해본 결과, 대충 $80 정도에 거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11만원이면 아주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그 반값인, 한 6만원정도에 패널을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임 5만원 정도면.. 뭐, 괜찮은 거래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품만 구한다면 어떻게든 내가 해볼 수는 있겠지만, 요즘처럼 신경도 날카로와져있고, 몸도 피곤한 때에 괜히 익숙하지 않은 기계를 열었다가 정신건강에 크나큰 해를 주느니.. 돈으로 막는게 낫다.

교체엔 20분이 걸린다길래, 서브웨이나 다시 가볼까 했는데, 첫번째는 찾지를 못했고(지금 지도를 보니, 좀 더 한강쪽으로 올라갔었어야 했나보다.), 두번째는, 몇십년 용산 인생에서 문득, 용산 주변에 시장이 있지않을까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용문시장’으로 가기로 했다. (내 인생 두번째 용문시장. 첫번째는 경기도 양평 용문시장!)

시간은 날고 날아.. 다시 업체로 가보니 화면 패널이 교체된 내 기기가 안내대에 놓여있었다. 켜서 잠깐 확인을 해봤는데, 괜찮아 보인다. 새 제품이라서 보증기간은 90일이라고 한다. 중고로 교체했을 경우는 60일.

직원 말이, 지금까지 쓴 기간만큼이 또 지나면, 같은 현상이 또 발생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가끔, 이 기종에서 이런 현상을 본 적이 있다고. 그게 운(運)일 수도 있고, 아니면, 뭔가 내가 쓰는 환경이 그걸 촉발할 수도 있고.
헌데, 난 아무래도 그게 해킨토시 때문이 아닐까.. 막연히 추측해본다. 말그대로 해킹을 했기에, 디스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친게 아닐런지.
따라서, 앞으로 해킨토시를 쓸 때는 밝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100% 는 당연히 안되고, 한 80% 정도까지만.
또 11만원을 날려먹지 않으려면 말이지. 얼핏 찾아봤지만, 이와 관련한 내용이 눈에 띄지는 않았는데..
조심하는게 좋겠지.


그리고 대망의 용문시장.

내가 생각한 방향과는 정 반대쪽에 있었다. 난 남영동쪽이라 생각했는데..
아무튼, 걸어서 약 10분.
시장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차이가 있었다. 조그맣고, 그냥 옛날 내가 살던 동네에도 있던 아주 작은 시장. 일부러 구경갈만한 시장은 아니었고, 뭔가 먹거리가 풍성한 그런 곳도 아니었다. 반찬가게도 있고, 생선가게도 있는 그런 동네 시장.

점심을 못먹고, 시계는 3시를 가리키는데.. 뭔가 먹긴 해야겠고, 시장에서 전이라도 한장 사먹을까 했던 바람이 무참히 깨지던 순간, 만만한 순대국집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하여, ‘이조순대국’. 요즘 새로 생기는 집들처럼 깔끔한 외관이 아니라, 오래돼보이고 작은 집. 내가 딱 좋아하는 그런 분위기.

헌데.. 맛은 요즘 사람들 맛이었다. 난 적당히 누린내도 나고, 뭔가 좀 거친 음식이 좋은데, 이 집은 아주 아주 깔끔한 맛이었다. 다 먹고 나서 네이버 평을 보니, 꽤 높은 평점!
게다가 양도 많다. 고기와 내장을 작게 썰어서 그것도 나름대로 좋았고(그래서 더 많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국물 간도 적당히 돼 있어서, 웬만해선 간을 하지 않는 내겐 딱 좋은 정도였다.
다만, 빨간 양념이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담겨 나오는데, 아무래도 매울 듯 하여 반은 덜어냈다. (헌데 먹으면서 보니, 그냥 다 섞었어도 괜찮았을 듯도?)

이 집을 일찍 알았다면, 용산 갈 때마다 들렀을텐데.
앞으로 용산 갈 일이 얼마나 또 있을런지.


이런 저런 얘기가 얽혀있는, 오랜만에 쓰는 두서없는 글.
용산 수리업체로 시작해서 용문시장 순대국집으로 끝나는!

Author: 아무도안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