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아간.. PSU.

한달 쯤 전엔가, 미리 전조를 보이긴 했었다. 스위치를 넣었는데, 전원이 들어왔다 꺼지기를 몇차례. 그러다가 되길래 되나보다 했다.

그런데 어제 밤.
WakeOnLan 을 날렸는데 반응이 없다. 그 전 날엔 켜지긴 했는데, NFS 마운트가 제대로 안되어 예정해놓았던 파일 복사작업이 잘 안되기도 했었다.

소프트웨어 문제일까 하고 가서 직접 전원을 올렸다. 그런데도 ‘귀찮으니 건드리지마!’를 반복한다.
이거.. 쉽게 고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로구나.


시간이 흘렀지만 (당연히) 다시 켜지지는 않았다.
케이스를 열고, 파워를 분리한 뒤 직접 전원을 넣어줘봤다.
역시나 무소식. 그저 Sarcastic Thanks.

아아아아아! 이런 젠장.

이 서버를 꽤 오래썼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1년 반 정도밖에 안됐다. 정확히 코로나가 시작되던 시기쯤부터 쓰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왜 이리 막역한(?) 사이처럼 느껴지는 걸까. 중고에다가, 겉이 많이 상해있어서 그러나..??

PSU 를 보니, 붙어있는 스티커로는 2018년산이라고 한다. 내가 쓰기 전에는 아마도 꽤 험하게 쓰여졌을 가능성이 높으니.. 수명이 다했다고 보는게 타당하겠지.

문제는 대용품인데.. 이게 또 좀 애매하다.

이 PSU 는 이른바 FlexATX 규격(81.5×40.5×150)인데, 국내에 이 기기가 있기는 있지만, 산업용으로 주로 쓰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지 못하고, 가격도 비싸다. 게다가, 가정용이나 사무용 쓰임새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음’도 꽤 큰 모양이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쿨링팬을 임의로 교체하여 사용하곤 하는 듯 한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나도 소리엔 민감한 편이라 팬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교체를 위한 팬은 거의 하나 밖에 없다. 그 이름하여 녹투아.
팬 값만 약 2만원.
FlexATX 규격 PSU 는 어느 정도 이름값있는 상품을 택한다면 시소닉 SSP-300SUB 뿐인데, 이건 송료까지 합하면 거의 7만원에 육박하고, 팬까지 교체하면 9만원이 된다.

방구석에 놓은 쓰잘데없는(?) 피씨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저 정도를 투자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더 저렴한 상품들도 있긴 한데, 적어도 난 들어보지 못한 Cougar 라는 상표뿐이고, 전력이 낮기도 하거니와 값도 역시 싸다곤 할 수 없다. (5만원대 후반)

게다가 만에 하나 팬을 교체하면, 그 순간 고객지원은 물건너 간다. (보증기간이 얼마인지는 나와있질 않았고, 확인해보진 않았다.)
만에 하나 고장이 나면, 또 그만큼을 투자해야만 한다.

더 비싼 FSP FlexGURU 250W 라는 상품도 있다. 5년을 보증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팬 소음 문제는 있다.


어차피 내가 쓰던 PSU 도 이름없는 제품이었다. 좋은 걸 사서 오래 쓴다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사실 그러리라는 보장은 그 누구도 하지 못한다.
게다가, 팬을 갈아끼워야하는 강수를 둘 생각이라면, 굳이 여기서 비싼 걸 살 이유가 없다.

이런 배경 하에, 자연스레 눈은 AliExpress 로 돌아갔다.
여기도 이 파워서플라이가 그리 많은 건 아니었다. 좋아보이는 건 비싸긴 마찬가지.

한 US$ 4~50 정도선에 있는 상품이 하나 맘에 들고, 거의 결제 전 단계까지 갔는데, 미국인 두 명이 올린 평이 내 검지손가락을 꺾었다. 뭔가 품질에 문제가 있어보인다는, 다소 긴 글이었는데, 그걸 보니 어째 또 좀 살 맘이 달아나버렸다.

그러다가.. 장바구니에 보니 내가 전에 걸어놓은 상품이 보였다. (아마도 지난 번 파워에 문제가 있었을 때 찾아봤었나보다.)
이름하여 FSP270-60LE 라는 건데, 친절하고 정직하게도 이 제품은 ‘정품’이 아니고, OEM 이라고 돼 있었다. 이른바 유사품(?) 또는, 아주 좋게 말하자면 납품에 하자가 있는 제품이 아닐런지.

아무튼,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오히려 살짝 믿음이 갔다. 그리고, 가격이 쌌다.
가볍게 주문.

이게 오기 전까진, 케이스 뚜껑을 열고, 예전에 쓰던 ATX 파워를 연결해서 흉물스런 상태로 사용해야만 한다.

아.. 흉하다.

자, 과연.
도착할 파워는 어느 정도일지.
나는 2만원을 더 투자하여 팬을 갈아끼울건지 어쩔건지!


9월 1일 주문, 9월 8일 수령.
이제 AliExp. 는 1주일이네. 처음엔 빠르면 3주, 보통 한달쯤 걸렸던 듯 한데..

PSU 는 잘 작동한다. 다만, 소음은 역시나 크다. 지난 번 쿨러는 EverCool(EC4020HH12B 40mm) 제품이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도 12V는 당연하지만, 전류 0.11A 까지 동일한 제품으로 선택했던 듯 하다. 어쨌든, 이게 소리가 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었다.

지금 좀 찾아 보니까.. 전류를 좀 낮춘 제품은 당연히 RPM, 소음도가 낮다.

이번엔 쿨러텍을 함 달아봐?
당분간은 그냥 좀 써보고, 계속 거슬리면 바꿔보는걸로.
그렇다곤 해도, 여기에 녹투아를 다는 건 좀 어울리지 않을 듯.

근데, 저런 소리의 문제점은, 소리 그 자체보다도, 잘 안들리더라도 굳이 내 귀가(뇌가?) 집중해서 그걸 찾고 있다는 데 있다.
왜 그러는건지..


** 21.09.11

결국 바꿨다. 쿨러텍 제품으로.
이렇게 맘대로 바꾸면 안될테지만, 소리가 크다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원래 들어있던 쿨러를 보니 Xing Heng 이라는 회사 제품이고, 모델명은 XHD4020L12S, 12V 0.06A, Brushless Fan 이라고 적혀있다.

내가 바꾼 제품은 12V 0.05A 이고, Rifle Bearing 을 쓴 제품이다.
뭐가 어떻게 다른 건지는 알 길이 없다. 관련 문서를 조금 살펴봤으나.. 내 영역 밖.

이전 PSU 에 달았던 팬은 EverCool, EC4020HH12B, 12V 0.11A, Two Ball Bearing.

뭐.. 문제가 있어봤자 PSU 하나 날리는 정도겠지?


소음은 그럼?
작아졌다. (그렇게 믿고 싶다.)

뭔가 측정할 수 있는게 아니고, 그저 느낌만으로 해석해야 하니 좀 애매한데.. 그래도 조금은 작아진 듯 하다.

한가지.
토요일 낮에 팬이 배달됐는데, 하기 싫어 꼼지락 대다가 파워를 뜯고 팬을 달았다. 신경써서 한다고 했는데, 전원코드를 연결하는 순간 합선이 돼 버렸다.

누전 스위치를 다시 올리고, PSU 를 곰곰히 봤는데, 어디서 합선이 된 건지 모르겠다. (탄 냄새도 안나고.) 지난 번엔 그냥 선을 자르고 연결한뒤 수축튜브로만 고정해줬었는데, 이번엔 신경쓴답시고 납땜까지 했는데, 납이 좀 삐죽하게 굳어서 서로 합선이 돼 버렸나??
아무튼, 수축 튜브를 좀 더 세심하게 넣고 다시 마무리한 뒤 해보니 이번엔 성공.

늙으면서 점점 주의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체력 때문이리라.
전기 제품도 그렇고, 특히나 운전. 한번의 방심은 사고를 불러 온다.

조심, 또 조심.

Author: 아무도안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