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사망.. 아니 장애가 생겼다고 해야 하나.

끔찍한 용어를 써서 좀 맘이 편치는 않은데..
2017년 4월에 구매했고, 1년쯤 뒤엔가 한번 교환받고 나서 지금까지 잘 써온 Microsoft Sculpt Ergonomic Desktop Keyboard 가, 2021 7월 11일,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어떻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오작동이 날 수 있는지.
전 날만해도 잘 썼는데, 켜보니 몇몇 키가 이중 입력이 된다. 예를 들어, 1 을 누르면 ’41’이 동시에 입력되는 식. 확인해본 키만 한 서너개 쯤. 1, w, f, BS 등등.

보증기간은 이미 지났음(3년)을 체감하곤 있었지만, 혹시나 해서 MS 에 전화해봤으나 역시나. 그냥 버리란다.


참 묘한 데가 있다. 전자제품, 멀쩡히 잘 쓰고 있고, 아무 이상이 없음에도 새거에 눈이 종종 돌아가는 때가 있다. 키보드도 그랬다. 왠지 얼마전부터 몇몇 키보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었다.
바꿀 맘도 없고, 값도 엄청난 지라 그냥 맘에만 두고 있었는데..

꼭 그런 식으로 눈이 돌아가면 잘 있던 애들이 망가져 버리는 경우가 잦다. 그렇다고 있던 애를 막 대하는 건 아닌데.. 거 참.
저거 살 때만해도 키보드/마우스 조합으로는 내 경험상 거의 최고값을 지불했었다고 생각했거늘.. 그리하여 오래도록 쓸 맘이었는데 말이지.

키보드는 역시 소모품. 오래 쓰기란 쉽지 않은가보다.
현재 이 글은 예전에 쓰던 Logitech K750으로 쓰고 있다. 사실, 이 키보드도 Fn 키 일부가 망가져서 그냥 모셔만 놓고 있던 건데..

자..
바꿀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다. 그럼 새 걸 사야하는데, 뭘 사나?
갈라진 키보드에 익숙해있다보니, 예전 방식 키보드로 지금 잠깐 이 글을 쓰는데도 손이 편치 않음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똑같은 걸 또 다시 사기는 그렇고. 심지어, 2017년에 샀을 때보다 지금 값이 더 올라있다. 당시에 98,628 원을 줬는데(이마트에서 샀던 지라 정확히 기록이 남아있다.) 지금은 거의 12만원가까이 하니, 같은 상품을 더 비싸게 주고 그것도 4년이나 지난 후에 다시 사자니 왠지 속는 기분이 든다.
그럼 대안은 로지텍인데.. 얘네는 무려 15만원이 넘는다. 키보드 하나에.
아… 젠장.

사후 고객관리 측면에서 보자면,
MS 는 3년, Logitech 은 1년.

MS 제품은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그런대로 꽤 많이 사용해봤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고장도 좀 났던 듯 하다. 내가 MS 고객센터에 몇번 갔던 기억이 남아있는 걸 보면. 한번은 강남 어딘가였고(아마 MS 본사에 고객센터가 있었던 듯 한데..), 또 한번은 이 키보드 때문에 용산센터에 갔었고.

헌데, 로지텍은 훨씬 더 많이 썼음에도 서비스를 받았던 기억이 없다. 그냥 고장나서 버린 경우야 있었지만, 그건 대부분 마우스였고, 키보드는 아예 파손된 적은 있어도(키가 부러졌다거나 등등), 이런 식으로 오작동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더 낫다고 하긴 애매하지만..
아!!!!! 아무튼 짜증나네!


오전에 글을 쓰고, 검색을 좀 해봤다.
인터파크 쎈딜에 MS 키보드가 올라와 있고, 카드 청구할인을 포함하면 적어도 4년전에 냈던 금액보단 몇천원은 싸게 구매할 순 있다. (하필 마이크로소프트 인생 주간이란다.)

내 인생, 똑같은 전자제품을 두번 사본 적은 없었던 듯 한데..???
이게 첫번째가 될런지..? 쎈딜이 며칠은 더 한다고 하니 조금 더 생각해보자. (로지텍은 조금 큰 감이 없지 않아 있어..)


21.07.22

어라??
기계가 자가 치유 능력이 있나? 이거 AI 냐??
위에 있는 대로, 키 오류가 있어서(1 을 넣으면 41 이 입력되던 식) 며칠간 다른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MS 키보드는 배터리를 빼고 그냥 치워놓고 있었는데, 오늘 혹시나 해서 다시 한번 시도해봤다.

그런데!
증상이 사라졌다. 이게 도대체 뭔 조화 속인지..
웬지 돈 번 느낌!
그간 괜히 이런 저런 키보드, 그야말로 Window Shopping 만 해댔었는데..

원상 복구되니 다행이다.


문제가 뭐였을까?
OS 나 소프트웨어에 원인이 있지는 않았다. KDE Neon, MS Windows, macOS 모두에서 동일 증상이 나타났으니.
그럼.. 뭔가 전파 간섭?

흠흠..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있을 땐, 배터리 빼고 한동안 놔 두기로.

자! 가서 눈을 씻자. 새 키보드는 멀리~ 날려버리자!
(똑같은 거 또 샀으면 어쩔 뻔 했어.)


21.08.26

저 현상이 다시 생겼다.
오늘, 메인보드 펌웨어에 갑자기 오류가 생겨서 부팅이 안되길래(삑~삑~삑~), 보드에서 배터리를 잠깐 빼고 기다렸다가 다시 끼워줬다. 그러고 나니 펌웨어 오류는 사라졌고 OS 로 부팅도 잘 됐었는데, 갑자기 또 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번처럼 키보드에서 배터리를 빼고 잠시 놔둬보긴 할텐데..
왜 자꾸 이런 일이??

**
12시간쯤 배터리를 빼놓았다가 다시 연결하니 또 된다. 헌데, 이상한게 또 있다. 배터리를 뺀 상태에서 전압을 측정해봤는데 미세하게 전압이 잡혔다. 뭔가 고장이 나긴 한 모양인데..

해서, 배터리를 빼고 키를 살짝 눌러놓은 채로(나름 이게 완전 방전을 위한 방법인가?) 12시간 정도 놔둬 봤다. 그 후 연결했더니 이상 증상은 사라졌다.
뭘까 대체. 자꾸 새 키보드로 눈이 돌아간다…

Author: 아무도안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