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건담, RG Mk-II, AEUG.

AEUG 를 왜 ‘에우고’라 읽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돌아보니 약 7년 만에 만든 RG 고, 두번째 RG 다.
첫번째는 2014년 3월.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없는 한 해인데, 첫번째 RG 도 그 해였구나. 여러모로, ‘첫경험’이 많았던 해였다.

그런데..
그 건담 기체의 이름은 RX-78GP01-Fb Gundam “Zephyranthes” Full Burnern 이라 돼 있다. 만화영화 0083 Stardust memory(사실은 복수를 써야 맞지 않을까?)에 나오는 기체인데, 극중에서는 이걸 ‘버니언’ 비슷하게 발음한다.
처음 ‘Burnern’ 이란 표기를 보고, 도대체 저게 무슨 뜻일까 궁금해했었다.

그 의문은, 지금부터 약 3분 전에 풀렸다.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갖고 있던 어떤 이가 Reddit 에 질문을 올렸는데, 내용은 대충 이렇다.

“극 중에선 모두 Full Vernian 이라 발음하는데, 왜 Burnern 이라 써 있는거냐?”

Vernian, 다시 말해 Vernier 가 뭔가 찾아보니, Vernier Engine 으로, 우주에서 궤도를 수정하기 위해 쓰는 보조 분사장치를 말한다고 한다. 얘가 등에(어깨에?) 지고 있는게 바로 Vernier Engine 이다.

답을 준 이는.. 뭐 그저 그런 번역 문제라고 써놨는데, 번역 문제라기 보다는, 영어를 잘 못하는 제작진이 애초에 그냥 대충 써놓은게 굳어져버렸다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 우리로 따지면 콩글리시로 적당히 표현했는데, 그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해지는 바람에 그대로 영어로 굳어진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오랫동안 품고있던 의문 두개가 모두 풀려버렸네. (하나는 Burnern 이란 단어의 뜻. 다른 하나는 Vernier 가 무엇인지.)


그 후로, 마지막 건담은 2년 반 전쯤이었다. 영화보러 용산에 갔다가 주차비 내기 싫어 샀던 건담 키리오스. 글에도 있지만, 키리오스로 인해 가능한한 HG 는 사지 말아야겠다는 맘을 다시 한번 굳건하게 먹기도 했었다.
그리고 건담은 사실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눈도 침침해져 잘 안보이기도 하고..

그러다가?
며칠 전, 어떤 경로로 보게 됐는지는 생각이 안나는데, 잘 보지도 않는 유튜브에서 ‘건담홀릭’ 채널을 보게 됐다. 독수리 5형제 보는 중에 튀어나왔으려나..?
허허.. 이 친구(제룡?), 재미있네. ‘리뷰’라는게 사실 똑같은 형식이라 매번 별 다른 재미를 유발할 거리도 없지만, 어쨌든 꽤 재밌게 이런 저런 기체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보다보니, ‘아 저건 별로구나. 절대로 사지 말아야지.’ 하는게 꽤 많았지만, 그와 반대로, ‘아! 저거 괜찮네.’ 싶은 것들도 역시 적지는 않았다.

애들이 왜 이런 영상 매체에 열광하는지.
건담홀릭을 통해, 대리만족을 넘어선, ‘교양’에 해당하는 아주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제룡님 고마와요~


그리하여 요즘 수고하고 있는 나를 위해 하나를 선물했다. 그게 RG AEUG 다. (이것도 다시 한번 궁금. 왜 ‘에우고’ 일까. 영미권이었다면 아마도 ‘오-그’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티탄즈와 이것 사이에서 아주 살짝 고민하다가, 익숙한 컬러를 택했다.
그리고 이번은, 사놓고 한 일주일쯤만에 만들어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아주 빠른 거지. 몇년을 묵혀놓은 적도 있었으니.)


이렇게 뼈대가 있는 기체는 처음이다. GP01 에도 있긴 했는데,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안나고, 더욱이 거기는 코어 파이터가 있어서 조금은 애매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무튼, 프레임이 완전히 드러나는 기체는 처음이었다. (이런 걸 ‘통짜 프레임’이라 한다는 모양이다.)

한가지.
설명서에는 D1 16 을 허벅지쪽에 바로 끼우라고 되어 있다. 거기 부품이 E1 3 인데, E1 3 은 이미 조립이 마쳐진 상태다. 헌데, E1 3 이 자리를 잡고 있으면 죽어도 D1 16 이 들어가질 않는다. E1 3 을 빼낸 뒤 D1 16 과 먼저 결합한 후, 그 자체를 다리 쪽에 끼워넣어야 했다.

어째 터미네이터를 보는 듯?
바지를 입고! (스타킹을 신고?)
덩실 덩실
만세! (서양 유령 중에 목없는 게 있는데..)
진짜 만세! 몸체 조립 끝!
기지개 한번! 아무 무장도 없이 맨 몸이긴 하지만, 이런 자세가 가능하다니!
등짐도 메보고
있는 거 몽땅 털어봤어
기뉴특전대?

정말 놀라운게, 장시간은 어렵지만, 잠깐이라면 외발로 설 수도 있었다!! 내 건담 역사상 이런 모형은 처음이다. 한발은 커녕 두발로도 낑낑매기 일쑤인데. 특히나 GP01 은 등에 차고 있는 FB 때문에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었는데 말이지.

뭘 말하고 싶은 건진 모르겠으나..

넉넉잡고 4시간이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몇가지 요인으로 인해 6시간이 훌쩍 넘어가버렸다. 물론 스티커 작업은 아직이고.
몇가지 요인이라면..

  • 너무 오랜만. 조립은 2년 반만, RG 는 7년만.
  • 세월이 아쉬워.. 눈이 잘 안보이네. 요런거라도 하나 사야할까.
  • 아버지 사고 수습..
  • 저녁 먹느라.

조심조심 작업하긴 했는데, 엉치(?)에 Hyper Bazooka 를 고정하는 장치가 살짝 부러졌다. C 형 고리인데, C 가 반쯤 부러졌다 해야하려나. 그래도 뻑뻑하게 고정이 되어 있어서, 기능엔 큰 무리는 없다. 또, 로켓 런처를 거기다 안꽂아놓으면 그만이고.

건담홀릭을 보다보니, 다음 기체까지 이미 고를 수 밖에 없었다.
워낙, 고전형(?) 건담에 눈이 익은 터라 First Gundam 의 형제들이 아니면 눈에 잘 안들어오는데, 그 선상에 있는 뉴건담이 아주 훌륭해보였다. 따라서 다음은 RG 뉴건담(현시점 송료포함 최저가 약 3.7만).
언제가 될 지는..
아마도 올해 크리스마스쯤? (그 정도면 엄청나게 빠른 편이지)

그리고, 다음 내 생일 선물은 미리 예약했다.
레고 정품이 아닌 점은 아쉽지만, AliExp. 에서 레고류 모터사이클을 발견했다. 500 조각이 조금 넘는데, 이걸 한번 해보기로!
(요즘, 이렇게 집중할 뭔가가 많이 필요하다…)

Author: 아무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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