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년만에, ‘유제’의 뜻을 찾아봤고, 알아냈다.
그런데, 어째 좀 씁쓸하다.
요즘은 예전만큼 인기가 없다지만, 내가 공부하던 시절엔 이 책은 그야말로 바이블이었다.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던 ‘해법수학’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정석은 그래도 아직까지 그 이름을 떨치고 있는 중이다.
‘수학의 정석’은, 쪽 상단에는 ‘필수 예제'(요즘 책엔 ‘기본 문제’)가 있어서 기본 개념 설명을 하고, 하단에 ‘유제‘라는게 있어서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더 풀어볼 수 있게 하는 형식을 취한다.
위 설명에 답은 이미 다 나왔다.
그래도 이어가보자면..
‘유제’라는 단어를, 정석 이외 다른 곳에선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에도 아마 의문을 가졌을텐데, 굳이 사전까지 찾아볼 생각은 못했었나보다. 혹은, 찾아봤었으나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유제를, 類題라고 써놨으면 간단히 이해했을텐데. 類는 류/유로, 유사하다할 때 쓰는 글자다. 題야 더 말할 나위도 없이, 문제할 때 그 ‘제’.
따라서 유제는, 유사한 문제, 비슷한 문제를 뜻한다.
한자를 과감히 포기한 대한민국이기에, 이런 의미 파악 문제는 은근히 여기 저기서 튀어나오곤 한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한자 병기를 하자고 주장할 수도 없고, 사실 꽤 난감한 논란거리이긴 하다.
아무튼, 뜻은 알았는데, 좀 씁쓸함을 느낀 이유는 뭘까?
‘유제’가 우리말 사전에 있는 단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본어에도 역시 올라있음을 확인했다. 한/일사전 모두 등재돼 있는 단어는,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갔을 수도 있지만, 어째 그 반대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내 머릿속엔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다.
늘 하는 얘기지만, 영어처럼 수백년전에 사전이 만들어져 단어 유입시기를 추측할 근거가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니 이런 생각이 굳어진 듯 하다.
일본 야후에서 類題 를 검색하면, 대충봐도 학습과 관련된 결과가 수두룩하게 뜬다. 한자로 검색을 했기에, 결과에 다른 뜻이 섞였을 가능성은 작다.
다시 말하자면, 이 단어는 일본에서 꽤 많이 사용된다는 의미가 된다.
한국어로 검색했을 땐 좀 애매하다. ‘유제’에 여러 뜻이 있기 때문인데.. 구글로 검색해보니, 관련 검색어에 ‘유제 뜻’, ‘유제 문제 뜻’ 이 있었다.
두 결과를 종합해보면, 유제(일본어로는 類題(るいだい))라는 표현은 일본에선 많이 쓰이지만, 대한민국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이 단어가 일본에서 왔다고 확신할 근거는 없다.)
또 모르지. 예전 조선에, 과거시험용으로 이른바 ‘기출문제’ 문제집이 있었을 지도 모르고, 기출문제와 유사한 글제(題)를 모아 類題라 칭했을런지도.
수학의 정석이 일본책을 많이 참고(?)했다는 소문(?)도 내 이런 피해의식(?)에 한몫하는 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애초에 ‘유제’대신 조금 더 평범한 단어를 사용했었다면.. 그냥 ‘문제’라고만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 말이지. (정석이 처음 나왔던 시기(60년대? 70년대?)에는 저 단어가 많이 쓰였는지는 모르겠다.)
오랜 의문은 풀렸지만..
글쎄..? 뒤끝은 남네.
와우.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신 분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신기합니다. 쓰신 글들도 매우 흥미로움. 궁금한게 생기면 바로 해결해보려고 하는 것이 마치 저를 보는것 같아서 살짝 기쁘기까지 함. 제 인스타 남기고 갈테니 친구해요~**@hasarang1024
찾아와주시고, 자취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블로그가 레이더에 걸리기 힘든 두메산골(!)에 있기에 찾는 이가 별로 없기도 하지만, 이렇게 연락처(?)까지 주신 분은 더더군다나 처음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 말씀 올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소통을 하지 않고 사는 바람에, 그런 류 서비스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마음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표현이 너무 진부하긴 합니다만.. ^^)
블로그는 왜 하냐고 물으신다면, 그저 알아낸 바를 잊기 전에 정리하려는 목적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짜로 표준국어사전 11번으로 등재되었네요.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