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Video : Absentia?

이 드라마, 여러모로 좀 이상하다.
내용이 이상하다기보다는(물론, 내용 자체도 평범하진 않지만), ‘제작’ 측면에서 볼 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Wikipedia 에는 이런 내용은 없던데, 나만 느끼나??

이 드라마 배경은 미국 보스톤으로 돼 있다. 하지만 대충만 봐도 이 드라마 색채는 유럽풍이다. 보스톤이란 배경이 나오지 않고 그냥 봤다면, 이건 100% 유럽이라 생각했을거다.
이걸 뭐라 말하긴 애매한데, 미국은 커녕 미국령도 가본 적없는 내가 봐도, 저기가 보스톤이라고 느끼기엔 뭔가 어색함이 많다.

Wikipedia 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불가리아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그래, 그렇겠지. 절대로 미국 분위기는 아니다.
심지어 배우들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등에서도 뭔지 모를 유럽 냄새가 난다.
물론, 미국 드라마 대부분이 배경과는 다른 곳에서 촬영되곤 하지만, 아예 다른 나라에서 찍은 건 처음 본다. 처음 본다기 보다는, 내가 이렇게 이질감을 느낀 게 처음이다.

또, 이 드라마에선 도량형으로 미터법을 사용했다. 시즌 1 에서도 그런게 있었는데 어디였는지는 기억이 안나고, 시즌 2 1편에서, 고아원 원아 기록이 cm/kg 로 돼 있었다. 미국에서 과연 이랬을까?

제작진 이름을 봐도 모두 동유럽쪽 이름들이다. 감독인 Oded Ruskin 은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하는데, 다른 이들 정보도 그다지 자세하게 나와있지는 않다.

출연진들도 미국/북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여자주인공(캐나다)과 미국인인 남자주인공(?? 아무튼 Nick Durand) 뿐이다.
허나, 주인공 Stana Katic 은 캐나다 출생이긴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크로아티아 출신 세르브인이라고 하니, 동유럽 분위기가 나는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드라마 보는 내내, 정말 미국인스럽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Nick Durand(Patrick Heusinger)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건지, 제작진 중에 Dialect coach 라는 직책이 있었다. 배경은 미국인데 다국적자 배우들이 모여 촬영해서 그런건지..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선 이런 걸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제목부터가 좀 이상하다. 사전을 찾아보니, Absentia 는 명사긴 한데, 명사 단독으로 사용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Collins, Oxford(Lexico), Merriam-Webster, Macmillan 모두 Absentia 를 찾으면 ‘in absentia’ 를 언급하고 있다.
이 표현을 우리말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부재 중에’라고는 쓰지만, ‘부재’라고는 잘 쓰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일부러 이런건지 비영어권 제작자가 제목을 붙여 이리 되었는지는 내가 알 길이 없다.

또, Absentia 는 /æbˈsenʃə/, /abˈsɛntɪə/ 로 모두 발음 가능하다. 프라임 비디오 한국어 제목은 ‘앱센시아’라고 붙어 있다.

FBI 와 시경찰이 공조를 하는 상황도 어색하다. 공조도 아니고, 여기선 마치 FBI 가 시경찰의 상급기관처럼 나오고, FBI 와 시경찰이 짝을 이뤄 수사를 하기도 하며, FBI 보스톤 수장이 시경찰 형사에게 마치 자기 직속 부하에게 하듯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FBI 와 시경찰은 흔히 말하는 관할(Jurisdiction)이 달라, 이 드라마에서처럼 서로 어울리는 경우는 없지 않나? 지금껏 봐왔던 숱한 경찰드라마에서 이런 상황이 나온 적이 있었을까? 시경찰은 Feds 라 하면 재수없어하고 아니꼬와하며 마지못해 협력을 하지, 저렇게 얌전히 명령에 따르는 건 내가 본 중엔 이 드라마가 처음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이상함’의 정점은, 사실 프라임 비디오의 무책임함에 있다. 번역이 정말로 무성의하다고 해야하나.

영어해석을 잘못했는지는 내가 알 수가 없다. 그 정도로 영어를 잘했으면 그냥 봤지 자막을 보진 않았을터.
‘무성의’는 에피소드간 인간관계에서 경어/호칭이 이리저리 맘대로 바뀐다는데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3편에선 깍듯하게 존칭을 쓰다가 4편에선 서로 반말을 하고, 또 그 다음편에선 또 바뀌고 이런 식이다.

에밀리와 닉은 부부였는데, 대부분 서로 반말을 하지만, 어떤 편에선 에밀리가 닉에게는 존대를 하고, 닉은 에밀리에게 반말을 한다. 처음부터 이랬다고 해도 둘간의 관계를 생각하면 충분히 어색할텐데, 안 그랬다가 이러는건 사실 번역제작진의 직무유기에 가깝다.
닉과 크라운은 동료였다가 나중에 크라운이 진급(?)하여 수장이 되는데, 이 둘도 비슷하다. 어떤 편에선 반말로, 어떤 편에선 닉이 크라운에게 존대로.

이건 번역자가 편마다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안정효 선생이 쓴 책 중에 이런 상황에 대해 설명했던 적이 있었다. 최근은 아니고, 저작권없이 해적판으로 외국 서적을 무분별하게 번역하던 시절에 있던 일이라고 했는데, 다른 출판사보다 더 빨리 번역판을 내기 위해서 긴 소설을 여러명의 역자가 나누어 번역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앞에선 고모였는데 뒤에선 이모나 외숙모가 되기도 하고, 여기서처럼 반말하다가 존대말하기도 하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고 한다.

업계 상황상, 한 역자가 전체를 번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인물관계를 정한 뒤 지침을 내려야할텐데, 아마존에서 그런 세심함까지 생각하진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게다가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는 아직 국내 정식 서비스를 하고 있지도 않으니.
넷플릭스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아직 넷플릭스에선 이런 정도까지 왔다갔다하는 상황을 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등장인물간 높임말을 애매하게 적용한 경우는 있었다.

지금 보고 있는 브루클린 나인 나인의 경우, 모든 존비법은 계급에 의해 정해지고 있다. 자신 할아버지뻘(?)쯤 되는 선배들에게도 상관이 아닐 경우엔 그냥 반말로 번역이 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번역자들의 오래된 고민이기도 할텐데, 어쨌든 우리말 번역에선 이런 경우 대부분 존대말로 번역을 해왔으므로, 그를 따라야 할 듯 한데..
글쎄? 역자는 그런 걸 깨고 싶었을 수도 있지.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만 보자면..
역시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닌데,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겠지.
시즌 1은 다 봤고 2를 이제 막 시작했는데, 뭔 얘길 더 하려는지.

재미가 없다곤 할 수 없지만, 지난번 The Missing 도 그렇고, 왜 이런 것만 눈에 들어오게 되는건지. 그래도 The Missing 이 이거보단 훨씬 좋았다. ‘추악함’이란 면에선 훨씬 더 강도가 셌지만.
이제는 늙어버린, Nikita 의 냉혹한 스파이 Tchéky Karyo 가 빛났던 드라마, The Missing. 지금 찾아보니 The Missing 은 끝났지만, 그 주인공 Julien Baptiste 를 살린 Baptiste 라는 새 드라마가 있었네. 그 전에 The Missing 시즌2 부터 봐야겠지만, 이건 또 언제, 어디서 볼 수 있을런진..


아무도안아무도안
Author: 아무도안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