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The C. Disease Disaster 로 인해 별 할 말이 없다.
몇 년이 흐른 후 이 글을 볼 때, 저게 뭔 소리지? 하는 날이 있기를 바라지만..
이번 달 초였었나, 무작위 재생 중 우연히 ’12월 31일’을 듣게 됐다. 이 노랜 1년에 딱 한번 듣기로 했으니, 서둘러 다음 곡으로 넘겼었는데.. 몇 주전부터 시작된 내 몸상태로 인해, 몇년 째 계속 해오던 12월 31일 행사는 거의 건성이 되어 버렸다.
원래 같으면 오후부터 열심히 두 곡을 번갈아 들었어야 했을텐데, 오늘은 아까 오후에 잠깐 듣다가,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 오후 10:40분 경에야 본 궤도에 올라버렸다.
그래도, 올해는, 몇년간 중 가장 짧은 글이 될 듯 하다. 여러가지가 얽히기도 했고, 그럴 기분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아무튼 아프다. 아프기에 글을 쓰기가 좀 힘들고 짜증이 나네.
몸이 아프니, 뭘 할 수가 없고, 그 와중에 그 악몽이 스멀 스멀 몸 구석구석에서 되살아나옴이 느껴진다. 바퀴벌레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어딘가에 죽은 듯 잠자고 있다가, 아주 작은 불꽃이 당겨지면 기다렸다는 듯, 보란듯이 부활하는 그 기억과 의심.
이 땅에 사는 동안은 함께 해야할 숙명이지만… 그게 그렇게 견디기 쉽지 만은 않네. 사람이란 망각의 동물이기에, 평상 시엔 생활에 묻혀버리지만, 어쩌다가 방아쇠가 당겨져 버리면,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여기저기서 펑펑 터져버리고 만다.
아무튼. 살아는 가야겠지. 어떻게든. 그야말로, Struggle 이다. (우)분투(Struggle)에 빠진 건, 그래서 숙명이라 할 수 있으려나?
올해는.. 뭘 했는지 꼽기가 애매하네. Openwrt 를 쓸 수 있는 공유기를 장만했고, 작년과 올해에 걸쳐 파일 서버도 마련했다. 그리하여 외부에서도 VPN(Wireguard) 을 사용해서 서버에 마음껏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는데.. 나갈 수가 없게 되어 버려서, 정작 밖에서 이용해 본 건 손에 꼽을 정도.
그래, 올해 한 일 중 제일 대단한 일은 Wireguard 정리다. OpenVPN 사이에서 잠시 갈등하다가, 이걸 택했다.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외에도, 뭔가 열심히 하긴 했다. 이것 저것, 늘 하듯 끄적이고 또 끄적이고, 투덜대고.
nemonein.xyz 를 쓰기 시작한지도 몇 년이 됐고, 따로 노출을 시키고 있지는 않은데, 구글 검색으로 사람들이 오긴 한다. 네이버에선 전혀 노출이 되지 않고, 다음에서 ‘스마트로 세외수입’ 검색어로 몇몇 사람들이 오더라. 나만을 위한 공간이기에, 누가 오는게 반갑진 않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씩 누군가 도움이 됐다는 글을 남길 때면, 뭐.. 이런 글도 누군가 읽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유명한 글은, 올해 초중반엔 ‘언택트’ 관련 글이었다가, 요즘은 ‘MariaDB 설치법’이다. 이게 좀 웃기는게, 마리아DB 는 현업에서 엄청나게 쓰이고 있을텐데, 그 설치/설정에 대해 누군가 정리한 적이 없다는 얘기가 되나? 그래서 겨우 나같은 문외한이 쓴 글을 참고하고 있다니. 난 그저 구글 검색을 통해 방법을 알아냈을 뿐인데.
뭐.. 전문가가 아닌 나같은 사람들이 이리 저리 찾다가 여기까지 왔겠지.
늘 쓰는 내용이지만, 내 인생의 숙제 Python 은, 그래도 아주 조금 발전은 했다. 내년엔 더 많은 발전이 있기를 바라고.. 조급해하진 않으련다. 그걸로 밥먹고 살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게다가,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보다 지금은 너무 유명해져서 관심이 조금 떨어지기도 했다. 허허.. 이 청개구리 습성은..
사실은 작년에 썼어야 하는데, 그렇질 못했다. 또, 대문으로도 올렸어야 했는데, 역시나 그러지 못했다. 다음 대문으로는 이 앨범을 올려야겠다. CD 를 산 지 벌써 1년이고, 그리고 열심히 듣기도 했는데, C. 때문에… 시기를 놓쳐버렸다.
봄빛 형님들, 고맙습니다. C. 만 아니었으면 공연도 하셨을텐데.. 곧 새 날이 오겠죠.
다음 음반도 기대하겠습니다. 다만.. 연주곡이 많이 고프네요.
올 1월, 정말 오랜만에 비행기를 탔었다. 정확하게는 약 8년만. 부산행. 부산엔 재작년엔가도 갔었지만, 비행기로 가보는건… 정말 한 30년이 다 됐다. 92년인가 93년엔가 갔었으니까. 아무튼, 오랜만의 비행.
가는 길은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내가 늙었구나’를 느낄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산역 앞에서 공항행 버스를 탔다. 지하철을 탈 수도 있었지만, 도착할 때 지하철을 탔었기에 갈 때는 버스를 타고 싶었다. 잘 검색을 해서 잘 탔는데… 한 20여분 가다보니, 내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내리고, 다시 검색을 해서 제대로 가는 버스를 타긴 탔는데, 시간이 어째 아슬아슬. 이런 긴장감을 잘 못견디는 나는 겉으론 멀쩡해도 속으론 짜증의 파고가 해일 수준으로 높아져있었다.
아무튼, 내가 왜 그랬는진 이미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기에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도 지하철 연계노선을 택했는지, 버스+공항지하철(?)을 갈아타고, 헉헉대며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출발시간은 살짝 지연돼 있는 상태였다. 굳이 뛰어올 필요는 없었다는 건데.. 그래도 그 흥분은 가시질 않았다.
근데 왜 그랬을까? 대기실에 의자에 앉아서 탑승을 기다리다가, 태블릿을 주머니(Pouch)에 넣은 상태로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그대로 비행기에 타고 말았다.
좌석을 찾아갔다. 내가 안쪽 자리라, 벌써 빠르게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분께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털썩 앉고, 태블릿을 꺼내려는데..
없다. 가방에 없다. 내 손에도 없다.
식은 땀이 아마도 흘렀겠지. 사실, 그거 잃어버려도 별 관계는 없다. 만화책이랑 영화만 잔뜩 들어있으니까. 물론, 구글 계정이 연결은 돼 있고, 아무 보안도 안걸려있지만.. 계정이야 끊어버리면 되고, 민감한 정보도 없으니 그냥 날려버려도 되기야 하지만 말이야.
그럴 순 없지 않은가.
벌떡 다시 일어나서, 가까운 곳에 있던 승무원을 붙잡았다. 이리 저리 해서 제가 공항 대기실에 태블릿을 놓고 왔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승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저랑 같이 찾으러 가시죠!”
그 분의 도움으로, 탑승했던 비행기에서 다시 내려보는 영광(?)을 누리고, 보안 요원도 통과하여 대기실로 향했다. 출입구(Gate)를 빠져나오자마자 내가 앉았던 대기실 좌석이 보였는데, 형광색 태블릿 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아.. 누가 안가져갔네. ㅎㅎ
잽싸게 잡고 다시 돌아오는데, 아직 비행기는 사람들이 다 타질 않은 터였다. 해서, 난 그냥 맨 뒤에 다시 줄을 서서 들어가려 했는데, 승무원이 뒤쳐진 나를 보더니 그냥 자기를 따라오라하여, 비행기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릴 때 다시 만나 감사인사를 전하긴 헀지만, 도와주셨던 승무원님. 고맙습니다.
…
부산에서 만났던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런 일, 나한텐 안 어울리는데 왜 그러냐며, 그러지 말라고 하더라.
난 이렇게 대꾸했었지.. 아마도.
“늙어서 그래, 이젠.”
…
늙음을 증명(?)하는 안타까운 사건은 또 하나 있었다.
물론, 여기서도 정말 다행스럽게도 피해는 없었지만.
늦여름, 근처 음식점에 포장으로 뭔가 사려고 갔었다. 거기 주차장은 길에서 바로 연계가 되어 있다. 즉, 주차장에서 바로 직진하면 길이 되는 형태. 차를 세우고, 가게에 갔더니 오늘은 영업을 안하는 날이라고 하기에(안에 사람은 있었다.), 바로 돌아섰는데, 내 차가 찻길로 미끌어져가고 있는게 보였다.
그 주차장이 찻길로 살짝 경사가 져 있어서, 잠금장치를 해놓지 않으면 길 쪽으로 차가 밀려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아 이런… 브레이크를 안 걸었구나. 그나마 다행인건, 아니 이게 원흉이었으려나, 포장 후 바로 돌아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차 문도 걸어놓질 않았다. 차문을 걸지 않겠다는 생각이 지나쳐, 핸드 브레이크까지 그냥 열어버렸나 보다.
차문이 열려있었기 때문에, 열쇠를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바로 타서 브레이크를 잡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내가 왜 그랬는지 그 차를 내 몸으로 막을 생각을 했다. 그게 되나… 그러는 와중에 이미 차는 인도를 넘어 차도로 쿵~ 앞바퀴가 떨어져버렸고, 그 시점 쯤에서 내가 차에 탔던 듯 한데?
아무튼, 결국 내가 타고 나서 차는 뒷바퀴까지 모두 차도로 떨어졌고, 차도를 직각으로 가로질러가는 모양이 돼 버렸다. 다행인건, 그 왕복 2차로인 그 도로는 원래도 한적한 곳이기도 했고, 게다가 도로 양쪽 끝에 있는 신호에 걸렸었는지, 오가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아.. 안그랬다면 난 멀쩡했겠지만 아무튼 사고가 났겠지. 차가 천천히 미끄러져가고 있었으니 대형사고까진 아니었더라도, 생각하기 싫은 일이 벌어졌음엔 틀림이 없다.
아무 일이 없었던 건,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경고였으리라.
…
이것도 ‘늙었기 때문’이려나. 더운 여름에 정신을 살짝 놔서 그랬으려나.
정말 짧게 쓰려했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또 뭔가 계속 끄적이게는 됐네.
2020년. 나는 늙었다. 늙음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늦출 수는 있다. 정신과 육신의 다분한 노력으로.
2021년엔 이게 목표다. 덜 늙자. 그리고,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물론이고, 우리 가족 모두.
웃고 즐기는 사이, 이제 10분 남았네. 어느새 한시간이 훌쩍 지났어..
자. 모두, 謹賀新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