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P 수명이 다 되었다고??

이메일로 적어도 두 차례, 은행으로부터 안내장이 왔다.
내가 사용하는 OTP 가 ‘배터리’ 수명이 다 되어가고 있으니, 새 것으로 교체를 하는 편이 좋겠다는 내용이 화면 가득(?) 적혀있었다.

헌데.. 난 OTP 가 없다. 정확히 말해, 배터리가 들어가는 OTP 는 없다. 4~5년쯤 전엔가, 스마트 OTP 가 공짜라고 홍보를 하길래, 그냥 냉큼 바꿔버렸다. NFC 를 사용하는 스마트 OTP 는, 배터리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얇은 배터리가 있다면, 게다가 충전도 하지 않고 몇년씩 갈 수 있는 배터리가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한 형국일거다, 아마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메일이 왜 나한테 왔을까?
혹시 예전게 그냥 있나? 하고 서랍을 뒤져봤지만, 없다. 최근에 서랍 정리를 했던가? 뭔가 버린 듯한 느낌도 들긴 하지만.. 아무튼 없다.

그런데, 이메일에 써 있는 OTP 의 일련번호가, 스마트 OTP 카드의 일련번호와 일치했다. 어라?? 혹시 정책으로 몇년간 사용하곤 교체를 하도록 한건가??

고민할 필요 뭐 있나, 전화 한통 해보면 되지.


무료는 아니었지만(1588…), 그다지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상담사(상담원이라 하면 안되나? 이제는?)와 연결이 되었다.

정리하자면..
그냥 안내 메일이 간거다. OTP 는 사용 환경에 따라 더 오래 쓸 수도 있으니.. (다 아는 얘기. 내가 이러고 살아도, IT 지식은 꽤 있는 편이라 말이지.)

무시하면 된다는게 그 상담사가 내려준 결론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저딴 메일이 온 데에는, 뭔가 사소하지만 놓쳐서는 안될 어떤 원인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다시 말해서, 저 은행은 내가 어떤 OTP 를 쓰는지 알고 있어야만 하고(당연히 알고는 있을 거다.), 그 OTP 에 따라서 어떤 안내장을 보내야하는지 선별할 수 있어야만 한다.

허나, 그런 세심함은 하늘에 날려 보내고, 고객 DB 의 ‘OTP 사용’ Field 가 True 로 채워져 있음만을 확인하고, 어떤 OTP 인지는 전혀 관계없이 무작정 ‘교체 안내’를 전송한건 아닐까.

상담사는 당당했다. 그냥 안내니까 무시하라고.
상담사가 무슨 죄랴. 사실, ‘무시하라’는 표현을 듣고 순간 또 짜증이 몰려왔다. 허나.. 짜증을 낼 수는 없는 노릇. 그 짜증은 여기에 발산하고 있는 중이다.

나한텐 그런 안내를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 스마트 OTP 와 NFC OTP 는 명칭은 OTP 로 동일하지만, 사실 전혀 다른 물건이다. 이걸 단순히 ‘OTP 사용 고객’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하여 ‘교체를 해야 한다’는 안내를 한다는 건, 결코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곤 할 수 없다.


그 와중에 그 상담사가 하나 알려준게 있었다. 스마트 OTP 는 이미 구시대 산물이 되어 버렸단다. 마치, ‘이젠 디지털 OTP 의 시대가 됐는데, 넌 아직도 그걸 쓰면서 나한테 전화질이냐?’ 하는 듯. (물론, 그 분이 이런 의도를 내게 드러낸 건 아니지만.)

아마도, 구글 Authenticator 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가 금융계에서 쓰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에 대한 정보를 접한 적이 없었기에 모르고 있었지.

하여, 이렇게 물었다.

“아, 소프트웨어로 OTP를 구현하는 모양이군요?”
“네, ‘앱’을 깔아 하는 방식입니다.

그래.. 앱. 내가 잘 쓰지 않는 표현. 그런 걸 통틀어서 그냥 ‘소프트웨어’라고 해도 됩니다, 상담원님.

아무튼, 낼름 디지털로 바꿔버렸다.
(그런데, 만약 휴대폰을 바꾸면 이거 또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려나? 새 휴대폰으로는 지문 인증이 안될테니, 일단은 뭐가 됐든 ‘인증서’가 있긴 해야 할텐데.. 인증서(예전, 공인인증서라 불리던? ㅎㅎ)를 복사하고 그것으로 로그인을 먼저 하고.. 거기서 다시 디지털 OTP 를 설치하고.. 뭐, 미리 복잡함을 상상하며 선짜증을 낼 필요는 없겠지.)

자…
한 5년쯤 지난 뒤, 또 안내장이 오려나?
당신의 OTP 는 ‘배터리’ 문제로 인해 교체해야될 수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