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 수리는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비용은 들었지만.
이어폰을 꽤 소중히(?) 다루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이어폰 입장에선 또 그게 아니었나보다. 그동안(몇 십년간), 이어폰을 써 오면서 내린 결론은, ‘고장의 원인은 대부분 케이블에 있다’ 였다. 따라서 케이블 교체형, 즉 mmcx 방식 등을 사용하는 이어폰을 사용하자고 마음 먹고, 4년 쯤 전, Shure SE215 를 구매했다.
음질도, 착용감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그간 케이블은 2회 정도 교체한 듯 하니, 내 생각이 옳았음을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몸체(Housing)를 보니 여기 저기 긁히고, 심지어 살짝 닳은(삭은?) 듯한 느낌도 났다.
4년, 정확하게는 약 3년 반만에 이런 지경에까지?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사용하고, 보관 시에도 작은 상자에 잘 모셔놨었는데 어찌?
Aliexpress 를 찾아보니 대체품이 있길래 주문을 했다.
물건을 받아보니, 언뜻 봐선 정품이랑 똑같다.
부품도 준비됐겠다 이제 막상 교체를 하려고 보니..
아!! 이건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니로구나. 오래 되어 하우징 접합 부분이 헐거워지긴 했어도, 잘 떨어지질 않는다. 억지로 떼어 내긴 했는데, 그러다보니 결국 안에 스피커와 연결한 케이블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거야 납땜을 하면 되긴 하겠지만..
이렇게 되면 수리업체를 알아봐야 한다. 어차피 보증기간이 훨씬 지났으니 정식 수리를 받을 수는 없고, 재야 고수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
한군데는 단호하게 못한다고 한다. 분해가 어려워서 그렇단다.
다른 한군데는, 좀 황당했다. 내가 이제껏 살면서, 장사하는 사람이 말을 그리 빙빙 돌리는 경우는 처음 봤다. 좀 오래 걸린다, 비용도 어쩌고 저쩌고. 대략 며칠이 걸릴지, 비용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고 얘길 해야 결정을 할텐데, 무작정 계속 오래걸리고, 비용은 얘길 꺼린다.
내가 그래도 계속 묻자, 3~4일에 최소 4만원을 불렀다. 진작 그렇게 얘기했으면 길게 통화할 일도 없었지. 게다가 전화가 070 이라 그런지 자꾸 끊긴다. 070 이라..
마지막 한 군데는 아직 연락 전. 만약 여기서도 퇴짜를 맞으면 내가 칼을 가는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날려버렸을 땐데, 다음엔 뭘 사야 하나.
블루투스는 싫고 유선으로 mmcx 를 사용하는 10만원대 이어폰 중 슈어만큼 내 귀에 맞는게 또 있으려나. 더 이상 돈을 쓰는 건 무리고.
** 글 쓰고 추가.
아주 짧은 검색 결과, 적당한 걸 찾긴 했다. 웨스톤랩스 UM PRO 10 라는 이어폰인데, 괜찮아 보인다. 이건 10년은 쓸 수 있으려나..
2020년 5월 현재, 신제품(All New)이 나온 모양이고, 가격은 약 18만원. (나중을 위해 기록해준다.)
그렇다고 똑같은 걸 또 사기는 그렇고.
중국 시장에서 또 하나 골라봐야 하려나??
어째 요즘 이어폰에 자꾸 눈이 가더라니.
제발 잘 교체가 될 수 있기를!
마지막 수리업체(?)와 통화하여 잘 해결할 수 있었다. 업체에 물음표를 넣은 이유는, 업자가 아니고 개인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3만원에 교체할 수 있었다. 하우징값이 약 만원이었으니 대략 4만원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셈이다. 기술자, (아니 요즘은 者가 아니고, 人을 붙여줘야지. 아아.. 전전 대통령님이여! 몇십년간 써온 용어를 하루 아침에 바꿔버리시다니! ) 기술인의 손 재주 덕에, 감쪽같이 새거가 됐다.
(하우징이 정품이 아닌데도 이름까지 버젓이 붙어 있다니.)
이렇게 보니, 케이블도 비정품이고, 남은 것은 드라이버 와 팁 뿐.
드라이버만 살아있으면 되지 뭐.
이걸로 또 몇 년은 버티겠지.
헌데..
사람이 얼마나 간사한지, 어째 소리가 좀 달라진 듯한 느낌이 든다. 내 귀가 그런 걸 잡아낼 수 있을만큼 예민하질 못한데, 이건 아마도, 새 걸 보고 난 뒤 앓는 허영병의 일종이리라.
나름 전문가가 손을 보긴 했어도, 정품의 상태와 비교할 순 없겠기에, 아마도 내구성이 그리 오래갈 듯 하진 않다. (그걸 바라고 있는거냐??)
생각해보니, 이렇게 겉 케이스가 망가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땀인 듯 하다. 운동할 때는 가급적 이걸 쓰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가끔 땀이 흘러들어가서 이런 일이 생긴 듯.
운동용으로 전에 스포츠 이어폰이란 걸 잠깐 썼었는데, 소리가 굉장히 탁하고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얼마 쓰진 못했었다. (그래서 또, 스포츠 이어폰을 사고 싶단 거로구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