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잘 안쓰는 가 했더니, 찾아보니 불과 몇 개월 전에도 언론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로케’라는 단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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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케’는 그냥 ‘로케’ 보다는, ‘올 로케’, 또는 ‘해외 로케’로 많이들 쓰고 있다. 막연히, ‘외국에 가서 촬영하는 일’을 지칭하는가보다 하고 생각해왔다. (그래도, 이 단어를 들으면 어쩐지 70년대 ‘선데이 서울’이 연상된다.)
오늘, 환경변수에 대해 고민하다가 Locale 을 설정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를 ‘로케일’로 표기하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로케일, 라데온, 퍼췌이스, 프로필 등등. 사전 한번 들춰봤으면 이런 식으로 굳어지진 않았을텐데. (물론, 그 ‘외국어 표기법’이란게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Radeon 이야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니 조금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아무튼, Locale 은 우리말로 발음해 보자면 ‘로우캘’ 정도가 맞다. 요즘엔 ‘로캘’ 정도로 표기하는 듯 하다.
그런데, Locale 의 뜻은? 그동안의 경험과 막연한 추측으로는, 로캘은 뭔가 ‘언어’와 관련된 뜻일 듯 한데, 실제로는 그런 뜻은 없다. ‘장소’를 뜻하는데, 그냥 평범한 장소가 아니라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곳’, 또는 ‘영화나 책등의 배경이 되는 곳’을 뜻한다.
왜 컴퓨터 환경에서 이런 단어를 쓰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Wikipedia 를 봐도 딱히 배경에 대한 얘기는 없는 듯 하다.
어쨌든, 컴퓨터에서 쓰이는 ‘로캘’은 ‘언어’ 보다는 ‘지역’ 설정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실제 환경에선 지역과 언어가 1:1 대응을 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대한민국에서 사는 외국인들은 자신들의 모국어를 쓰지 한국어를 쓰진 않을테니. 예를 들어, 내가 태국에 가서 우분투를 설치할 때,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를 통해 태국을 택했다면, 각종 설정이 태국형으로 바뀌게 되어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지역을 설정함으로써 언어(정확하게는 ‘글자’), 도량형, 시간 표기법, 통화 표기법 등등을 결정해줄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다시 ‘로케’로 돌아가본다.
사전에서 ‘로케‘를 찾아봤다. 일본어 ロケ 에서 왔다는 설명이 있었고, ロケ 는
ロケーション 에서 앞부분만 딴 글자라는 내용도 찾을 수 있었다.
결국 영어 Location 이 돌고 돌아 ‘로케’가 된 셈이다. Cambridge 사전에서 location 을 찾아보니 실제로 그런 뜻이 있었다.
a place away from a studio where all or part of a film or a television show is recorded:
꼭 해외에 나가서 촬영을 해야하는 건 아니고, 촬영을 위해 만든 공간(Studio)이 아닌, 외부에서 제작되었을 때 이런 표현을 쓴다고 한다.
우리는 이 뜻을 ‘해외’로 한정해서 많이 쓰고 있는 편이고. (내가 방송인이 아니므로, 현장에서 어떻게 쓰는 지는 알 수가 없고..)
뭘 쓰려다가 이리 됐나.
가능한한 일본어 쓰지 말기. 특히나 저렇게 조각난 단어 쓰지 말기.
이런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