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껏 살면서 극장에서 영화를 두번 본 경우가 몇 번 된다.
그 첫번째는.. 아마도 ‘복성고조’였던 듯 하다. 누나랑 한 번, 친구랑 한 번.
그리고 Lady Hawk. 이것도 (아마도) 친구랑, 또 누나랑. 누나가 아버지랑 싸워서(?) 위로해준다고 같이 가서 봤던 거 같은데.. 워낙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은 가물 가물.
그 뒤로는.. 중경삼림. 이건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왜 두번 봤었는지 기억을 못하는 날이 온다면, 정말 늙은이가 된 후일 거다.
첫번째는, 혼자서, 종로 코어극장인가.. 거기서 보고 있다가, 삐삐가 왔고..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삐삐였는데, 혹시나 ‘그 애가..?’라는 괜한 기대/불안감이 몰려와서 결국 보는 중간에 나가서 확인을 했었지. 그러나, 수리가 끝났으니 찾아가라는 전자제품 고객센터 메시지였고, 다시 돌아온 나는 영화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며칠 후 다시 친구와 같이 갔었지. 이번엔 종로는 아니고, 아마도 강남 어디였던 거 같은데.. 뤼미에르였나.
그 다음엔.. 뭐 없었나? 이런 얘기, 언젠가 써놨던 듯도 한데.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턱시도’도 있다. 그게 2002년쯤 됐을텐데, 그 뒤론 없었었나??
하긴, 내가 극장을 자주 가게 된 건 한 4년쯤 전부터고, 한동안은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였으니. 하물며 같은 영화를 두번이나 볼 리가 만무했지.
그래도 몇 개 더 있었던 거 같긴 한데..
아! 이건 엄밀하게 2회라곤 하기가 어렵지만.
‘백야’를 앞부분 20분쯤 놓치고 보기 시작해서, 바로 그 다음회에 죽치고 앉아서 다시 봤던 적이 있다. 요즘엔 영화 끝나면 다 내쫓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기 어렵지만, 그 시절엔 별로 어렵질 않았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평일이었으니. 시험 마치고 일찍 가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럼.. 이 정도가 되려나?
복성고조. 레이디 호크. 중경삼림. 턱시도.
이렇게 네 편?
중경삼림 말고는, 굳이 다시 보기엔 애매한 영화들이로군.
Star Wars 를 좋아하게 된 건, 그 첫 편 Episode IV 를 극장에서 봤기 때문이다. 코흘리개 꼬마였던 내게, 자막을 읽는 일도 어려웠을 내게, 그 엄청난 스크린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그리고나서 그냥 내겐 ‘스타 워즈’는 뭔가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사실 그 뒤에 나온 얘기들은, 얘기로선 별 재미가 없었다. 1~3 편까지는 요즘도 가끔 보기는 하지만, 몇 번을 봐도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클론은 누가 만들었으며, 왜 만들었고, 아나킨은 왜 갑자기 폭주를 했는지.
이 문제를 풀고자 다시 보고 나면, 아하~ 그랬구나, 하고 이해를 하게 되지만, 그 이해가 며칠 못가서 산산히 흩어져 버리고, 원 상태로 회귀하는, 이상한 현상이 반복된다.
그러다가 세월은 흘러, Loom 과 원숭이 섬의 비밀등, 주옥같은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었던 루카스 필름은 디즈니로 넘어가버리고, 조지 루카스가 만들지 않은 새 스타워즈가 나오게 됐다.
근데, 내겐 오히려 이 시리즈(7~9)가, 적어도 1~3 보단 재밌게 느껴졌다.
그래서.. 대부분 극장에서 본 듯도 한데.. Ep.7 은 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 극장엘 갔었는지 어쨌는지. 8은 정확히, 극장까지 기억이 난다. 걸어서 20분. 아마 크리스마스 무렵이었던가. 아무튼 겨울이었는데.
루크의 유체이탈을 보며, 뭐니? 했던.
(로그 원도 있었다. 보러 가야지, 하고, 예매를 하려 했더니 이미 다 끝나버렸던.)
그리고, 마지막. 내 생에 다시 없을 스타워즈(혹 모르지, 또 후속편이 만들어질지.)를 보려고, 무리를 해서 IMAX 관을 찾았다.
왠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Rey 에게 매력을 느껴왔었나보다. 2시간 반쯤 되는 동안, 1초도 졸지 않고(놀라와라!) 집중해서 잘 봤다. 갑자기 소환된 황제폐하가 좀 웃기긴 했어도, 뭐 그런대로 재밌게, 아주 아주 아주 약간 감동도 느끼면서 그렇게 스타워즈를 떠나보냈다.
마지막 대사는, 그래도 조금 마음을 움직이긴 했다. 그 장면을 위해, 중간에 꼬마애가 이름을 물었었구나. 그래, 세상엔 피보다 진한 물도 많은 법이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스타 워즈를 ‘행성’간 전쟁이 아닌, 일개 가문 싸움으로 매조지하다니. TV(Alias) 에서의 J.J Abrams 는 좋아했었는데.
그래도, 재미있었다. 거의 40년만에 어찌됐든 끝맺음을 보았기에.
그런데…
아무 관계도 없지만, 갑자기 ssd 가 고장이 나버린 뒤, 밀려오는 짜증을 어찌할까 고민하던 차에, 갑자기 느닷없이, 스타워즈나 한번 더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짜증 때문에 생긴, 이른바 도피기제는 아니었다. 아마도, 또 한번 봐야지하는 마음에 지난 번 관람이후 작게 자리잡고 있었던 거 같다.
ssd 사태는 단순히 계기를 만들어줬다고나 할지.
IMAX 로 봤으니, 이번엔 Atmos 로. 좋은 세상인지라, 역시 집근처에서 Atmos 로 상영하는 극장이 있었고, 심야로 또 한번 봐버렸다. 인원 수는 대략 15명쯤. 설마 혼자가 아닐까했는데..
심야영화를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25년쯤 되는 거 같다. 그 심야영화는 그야말로 밤새워 보는 영화였는데.. 하룻밤에 3편. 신촌에 있던 극장인데, 스크림/Enemy of the State/You’ve got mail 이렇게 연달아.
보고 나니 엉덩이 종기가 퉁퉁 불어 있던 바로 그 날. (내 인생 첫 심야영화였던 듯?)
그렇게까지는 아니어도, 11시에 시작해서 1시반에 끝나는, 나름대로 강행군이었다. 평소같으면 잘 시간인데, 더구나 한 번 본 영화라 틀림없이 졸거나 자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스스로에게도 놀랍게 2시간 반을 집중해서 스타워즈를 (또) 볼 수 있었다.
이번엔 크레딧 끝까지 보고 싶은 맘도 있었는데.. 그러고 나면 나 혼자 남아 무서울거(?) 같아서, 배우들 이름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만 보고 나왔다.
긴 복도를 따라 걷다가, 문득 내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스스로 다시금 놀랐는데..
“아, 한번 더 보고 싶다.”
마치 영화를 처음 봤던 그 코흘리개 꼬마로 돌아간 기분이 됐나. 아주 잠시라도?
(이번엔 그냥 2D 로? ^^)
….
내 생에, 또 한번 우주를 볼 수 있을까. Rey 도 충분히 좋았지만, 만약 다음이 있다면, 조금은 더 흥미진진한 얘기로 돌아와주기를. 물론 Rey 가 다시 나와도 좋지.
(근데, Finn 은 도대체 뭔데 Rey 를 느낄 수 있는거지? 얘들도 설마 쌍둥이야??
연결한 글을 읽고 보니.. 그저 얘도 ‘능력자’였다는 건가본데.. 사실 이번 시리즈에서 제일 아쉬운게 바로 Finn 의 존재였다. 일개 보병에서 탈주병으로, 아무리 오합지졸이라지만 저항군 장군까지 되다니. 걔가 뭐 대단한 거 한 게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