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12월 32일. 2019.

작년에 쓴 이 글은, 아니 작년에 쓴, 같은 제목의 글은, 이렇게 시작했었다.

웹 서버를 만든 이후는 처음이다. 이 글을 쓰는 게.
즉, 첫경험.

찾아보니, 웹서버를 만들고, 워드프레스로 블로그를 연 게 2018년 1월 24일이었다. 당시엔 Orange Pi 였었나본데.. 그러다가 올 해 초쯤, 라테판다로 바꿨었다가,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시작할 무렵, 라테판다가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대체재를 찾기에 고심하다가, 서버는 서버에게 맡기자는 생각에, AWS Lightsail 로 둥지를 옮겼다. 한달에 4000원이 안되는 가격이라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할 금액이다.

올해 내 삶에서 가장 큰 일이라면 이거라 할 수 있을까?

따라서, 이 글은 이렇게 시작해야 하겠다.

웹서버를 정식 서버로 바꾸고 난 뒤로는 처음이다. 이 글을 쓰는 게.


2019년은 만 5년이 되는 해였다. 5년이 되면, 시원한 얘기를 듣겠거니, 겉으로 표현은 안했어도 조금 기대는 했었다.
그러나, 최장 10년은 봐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 그 꼬리표 떼는게 그리 쉽겠나.
5년동안 살아왔던 대로, 앞으로도 그냥 그렇게, 그러나 좀 더 열심히 힘내서 살아가야겠지.

이글루스에서 내게 힘을 주셨던 저 분. 잘 계시겠지?
또, 정말 황당하게도 내가 무슨 마음으로 그랬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작정 전화드리고 징징 거렸음에도 잘 다독여주시던 정선의 한목사님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당시엔 한번 찾아뵙고도 싶었었는데.. 그게 또 맘대로 되질 않네.


올해는, Python 을 좀 더 깊이 파보고자 했었다. 결론은, 정말 책 한 장도 제대로 넘기질 못했다. 이거 하려다보니, 저게 급해지고.. 공부 못하는 사람의 전형이랄까.
그러는 동안, 이런 저런 잡지식은 늘었지만.. 그래도 아쉽다. 몇년전에 야심차게 사 놓은 Programming Python 이 책장에서 썩어가고만 있는데.. 중고로 산 저 책의 전 주인도, 아마 나같았었겠지.

2020엔,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뭘 들었었는지.. 새로 알게된 음악가가 있었으려나?
음악 카테고리에 올해 쓴 글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뭐.. 별게 없었나 보다.
블로그에 쓰는 글들이, 예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너무 기름냄새가 진동하긴 하지.

나이 탓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깊이있는 글을 쓸 수 있길 바란다.

그런데, 아직도 Jeff Golub 만큼 내게 와닿는 기타리스트를 못찾았다. 열심히 찾으면 찾아지겠지만.. 그 분이 처음 내 귀에 들어왔을 때처럼, 또 누군가가 나를 반겨주겠지.


문화생활은 뭘 했었나..

몇 년전부터 열심히(?) 잘 이용하고 있는 문화의 날은 올해도 쏠쏠히 잘 챙겼었다. 미술관도 갔었지만, 대부분 영화를 봤다. 걸어서 20여분이면 영화관이 있는 세상이니.. 아무튼 그 덕에 재미난 공상과학 및 활극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내 생에 처음, 개봉하는 날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그것도 End Game 이라니! 다행히 그 날이 문화의 날이었기에 이런 의외의 행운을 얻을 수 있었고, 생각 외로 표를 구하기가 전혀 어렵지 않았기에 가능했었지.

그리고, 왜 그랬었는지, 늦 봄쯤엔가 가입한 Netflix. 아주 쏠쏠히 잘 쓰고(보고) 있다. 리눅스에 주로 파묻혀 사는 인생이라, 고해상도로 보고 싶어 이런 저런 편법을 써봤지만, 결국 해법은 정공법이었다. 아주 만족, 대만족. Netflix 도, ChromeCast 도, 야마하 앰프도.

한동안 Arrowverse 에 빠져살다가, 살짝 Marvel 도 간을 보다가, 하도 광고를 해대기에 (원래 이런 쪽은 잘 안보는데) Witcher 도 재미나게 봤고, 요즘은, ‘어떻게 하면 살인을 잘 무마할 수 있을까?’ 를 열심히 보고 있다.

원제는, ‘How to get away with Murder’ 다. 그런데, 제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서, 검색창에 이렇게 쳐봤었다.

How to get away from Murder

이게 평범한 사람의 사고가 아닐까. 살인에서 되도록 멀리 피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게 아닌가? 근데 제목은 그게 아니다. with Murder 다.

검색창을 보면서, 왜 with 였을까 잠시 의아해했는데, 지금, 2019년이 다 끝나가는 이 와중에, 갑자기 답이 떠올랐다.
극중 인물 모두, Murder 와 뒤섞여 살아가기에.. 그들은 With 일 수 밖에 없으리라..
그리하여 위에 번역을 ‘무마할 수 있을까’로 달아봤다.

어쨌든, Netflix 에서 뽕을 다 뽑을 때까지는 계속 볼 예정이고, 디즈니가 한국 진출하고, 뭔가 구미에 땡기는게 팍팍 생긴다면 그 때 가서 갈아타겠지..


올 초는, PC 를 바꾸면서 mac, 즉 Hackintosh 에 집중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랩탑에까지 설치할 경지(?)에 이르렀다. 원래 저 랩탑을 그 목적으로 구매했었는데, 하다 하다 안돼서 포기하고 있다가, 1년 반쯤 돼서야 결국 성공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역시 잡지식은 많이 늘었는데.. 과연 그 ‘지식’들을 잘 정리할 수 있었느냐 하면, 그게 그렇질 못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하려고, 하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

또, 정리를 하려면 재설치를 하면서 해야하는데, 그게 또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라..
그리고, 좀 더 접근하려면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ssdt 등)이 필요했는데, 거기까지 접근하지 못한게 많이 아쉽다.

그래도, 다음에 또 설치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잘 정리를 해볼 수 있기를.

Bash/zsh 스크립트에도 조금 열을 냈었고, 우분투 서버를, Btrfs 를 사용해서 설치하는 법을 익히기도 했다. 이건 꽤 잘한 일이라(장한?) 생각한다.

OpenSuse 도 살짝 맛은 봤는데, 그 덕에 Btrfs 에 관한 지식을 늘릴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견문을 넓혀야 하는 법. 당장 바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우분투를 벗어날 날이 올테고, 아마도 OpenSuse 의 문을 열게 되지 않을까.

아!
문제가 많았던 LattePanda 도 빼놓을 수 없겠다. 주문한지 1년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고, 한 몇개월 잘 쓰나 했더니 갑자기 돌아가시질 않나.. 고장 수리를 받으려다가 정말 황당한 일을 겪질 않나.. 그래도 그 이후 잘 돌아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라테판다를 서버로 쓰려던 생각은 잘못으로 여겨진다. 아니, 서버로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Nas 로는 어렵다. Nas 를 쓰려면 USB 로 연결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문제가 좀 있다.

그리하여.. 2019년 말미에 Nas 를 만들려곤 했는데,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네.


그와 더불어, 얼마 전에 시작한 Openwrt 도 역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이것도 역시 해를 넘겼다.

openwrt 를 처음 알게된 계기는, VPN 때문이었다. 내 공유기에 VPN 이 설치가 돼 있긴 한데, 이게 굉장히 불안정하고, 또 iOS 는 지원하지 못하는 큰 단점이 있다. 제작사에 문의해보니 지원 계획도 없다하고..

그러다가 openwrt 를 알게됐고, 어떤 기기를 택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우연히 방구석에 쳐박혀있던 Cubietruck 으로도 가능하단 사실을 알게 되어, 며칠 전부터 본격 수사(?)에 접어들었다.

늦어도 1월이 다가기 전엔 Nas 와 더불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역시나, 글을 쓰는 와중에 해가 바뀌었다.
아까 5시쯤부터 연속으로 두 노래를 듣고 있는데, 1년에 한번 있는 일이라 그런지, 별로 질리지도 않는다.

전태관님이 세상을 뜨신 후, 봄여름가을겨울은 원래 같이 시작했던 이들이 다시 모여 정말 몇십년만에 새 앨범을 발매했다. 물론 그 분은 안계시지만, 그래도 그 음악은 느껴볼 수 있으리라.

그외, 김현철도 새앨범을 냈고, 백예린도, 의외로 또 노래가 나왔다.

아직 어느 하나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2020에는 모두 느껴볼 수 있겠지.


무엇보다, 2020년엔 아프지 말길.
나와 다른, 다른 이의 생각에 조금 더 귀 기울일 수 있기를.
조금 더 강하게 느껴볼 수 있기를.. (그게 뭐가 됐든.)

그리고, 이제 조금씩 다시 시동을 걸고는 있지만, 기타, 열심히 끌어 안을 수 있기를.

늘 고마움을 느끼는 하루 하루 될 수 있기를..

Author: 아무도안

2 thoughts on “12월 31일, 12월 32일. 2019.

  1. 말씀하신 ‘저 분’이 어쩌면 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짧은 안부 전합니다.
    아니라면 한 방문객의 인사로 받아 주시구요…
    잘 지내고 계신다는 소식 반가웠습니다.
    저 역시 별일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Happy New Year!

    1. ‘저 분’이 와주셨네요!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전 아직도 31일과 32일을 즐기며(?) 살고 있습니다.
      헌데 이사왔는데도 어떻게 잘 찾아오셨을지.. ^^

      아무튼 다시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답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제가 금요일부터 계속 몸이 안좋아서 그야말로 뻗어 있었습니다. (심각한 건 아니고, 그냥 몸살입니다.)
      오늘부턴 정상 상태로 거의 되돌아왔네요.
      돌이켜보니 시간은 화살과 같아, 처음 뵌 날로부터 벌써 이만큼이나 지났군요.

      많은 복 중, 건강의 복 많이 누리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