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끔하세요’는 어느 나라 말일까..

며칠 전,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데, 간호사가 주사기를 찌르기 전, 이렇게 한마디 했다.

“따끔하세요.”

뭐 어쩌란 걸까?
나보고 입으로 ‘따끔’이란 단어를 말하라는 건가.
순간 혼란이 왔다.


내 기억으로, 이런 이상한 말을 꼽아보면, 아마 최초로 내 머리 속에서 거북함을 느꼈던 건 2000년대 초반 시작된 ‘그닥’ 이었던 거 같다.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꽤 많지만, 지금 막 생각나는 건 그 정도다.

‘무튼’ 도 있는데, 이건 사실 그렇게 많이 쓰이지는 않는 듯도 하고.

‘아무튼’.

그러다가, ‘역대급’이 정말 태풍을 맞았다. 애나 어른이나 모두 역대급이란다. (오늘 처음 들어본 단어인데, 정치권에서는 금도(禁度)라는 표현이 유행(?)이란다. 이 단어는 그냥 한자 조어이고, 내가 찾아본 바로는, 한중일 어느 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젠 정말 사전에까지 올라야 할, 종결어미 ‘세요’는, 의미가 확장되어,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하지?) 또 다른 종결어미 ‘ㅂ니다’ 의 영역을 침범하다 못해 대체하기까지 이르렀다.

이젠 ‘~ㅂ니다’는 듣기 어려운 표현이 되어간다. 모두다 세요다. 심지어 500원도 세요가 됐다. 처음에 이 표현을 듣고 얼마나 황당했던지..

자.. ‘따끔하세요.’는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이냐.
고려대 사전에는, ‘상대에게 정중하게 명령하거나 권유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라 되어 있다.
이대로 풀어보면,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도, 내 입으로 ‘따끔’이라고 발음하라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따끔할 수 있습니다. 따끔합니다. 정도가 더 제대로된 말처럼 들리는 건, 내가 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하긴.. ‘제대로 된’이란 정의도 누가 내린단 말인가.
움베르토 에코가 몇십년 전에 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란 책을 오늘에야 빌렸는데, 여기에 혹시 이런 내용이 나와있으려나..

이런 사실들에 둔감하면 참 좋겠는데, 그런게 눈에 콕콕, 귀에 콱콱 박히니, 나도 참 힘든 삶을 살고 있네.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