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12월 32일. 2018.

웹 서버를 만든 이후는 처음이다. 이 글을 쓰는 게.
즉, 첫경험.

이렇게 이른 시간에 글을 시작하기도 처음이다. 보통 11시쯤 시작해서 1시쯤, 그야말로 31일과 32일(?)이 교차하는 시점에 글을 썼는데.. 오늘은 어째 그럴 기분(운?)이 아니다.

올해.. 무엇을 했나. 따지고보자면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뭔가 목표를 정했었지만, 지금와서 보면 맘에 드는 결과는 커녕, 노력도 하지 못했다.
누굴 탓하랴, 모든 게 내 탓이거늘.

하루 하루 늙어가고, 하루 하루 지쳐간다. 하고 싶은게 많지도 않지만, 점점 ‘집중’이란게 어려워져만 간다.
하다못해 영화도, 극장에 가서 보지 않는 한 2시간을 내리 보기가 쉽질 않다. 더구나 TV 에서 해주는 걸 보는 게 아니고, 하다못해 비디오를 빌려서 정해진 시간 내에 보고 돌려주는 것도 아닌, 내 맘대로 원하는 때에 볼 수 있게 된 뒤로는 더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아쉬울게 없어진 거지.

그러다보니, 뭘 해도 그런 습관이 붙어버렸다. 다음에 하지, 내일 하지.

그러나, 시간이란 무한하지도 않고, 더구나 내게 주어진 시간이란 더더욱 그러한데. 이 무지한 인간은 늘 그걸 잊어버리고 만다. 그리고나선 후회, 또 후회.

올 한 해는 어떻게든 꾸역꾸역 또 지나갔지만, 내년엔 결코 이렇게 별 일없이 지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질 않는다. 5주년이 되는 내년이지만, 나도 그렇고, 가족들에게도 무탈한 한 해가 되지 않을 듯한 예감이 강하게 든다.

저 예감이 그저 공연한 망상이었기를, 1년 후에 보며 웃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글쎄.. 그러려면 또 1년이 휙 지나가야 하겠지.

자!
어쨌든, 또 1년이 갔다.

봄여름가을겨울 형님중, 한 분이 가셨다. 오늘 아침에 발인이었다던데..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분의 드럼소리를 듣고 있는데, 내겐 정말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죽음’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그 분은 가셨지만, 그래도 음악은 훨씬 오래가리라. 적어도 내게는, 내가 죽는 날까진 이 분들 음악을 듣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기타를 조금 더 열심히 치면, 연주를 해볼 수 있는 날도 올 수 있겠지.)

한가지.. 정말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정말 손에 꼽을 수 있는 몇몇 음악가를 제외하곤, 대중음악계에서 오랫동안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서양음악인으로 보면, Eric Clapton 이 일흔이 넘은 연세에도 아직 현역으로 있지만(심지어 올해도 신보를 내셨다.), 사람들의 관심에선 이미 벗어난 지 오래다.
Duran Duran, Tears for Fears 도 여전히 활동을 하고는 있다.

한국 음악인으로는, 그나마 조용필님이 몇 년전에 음반을 발표하셨는데, 그래도 충분히 화제가 됐다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은 있었다.

뭔 소릴 하고 싶었는지? 글을 쓰다가 잊어버렸다.
봄여름가을겨울도, 물론 한 축이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앞으로도 활동을 하시긴 하겠지만, 그것을 떠나서도, 그들의 음악은 이미 5집을 넘어서면서부터 어떤 기반을 잃은 모습이었다.

응축되었던 에너지가 1집, 2집에서 터져나왔고, 4집에서 완성을 이뤘다. 대한민국에 그 때까지는 ‘언더그라운드’라는 음악세계가 존재했었다. 그 이후, 대한민국엔 ‘연주인’이 많이 줄어들었고, 이른바 ‘장르음악’이란 것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제와서 이 분들께, 1집에서 보여준 그 색다름을 다시 보여달라 요청하는건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젊은 층에서 이런 류의 음악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음악을 즐기는 방법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얘기는 뭐냐하면..

4집까지 보여줬던, 그 음악성이 조금 더 지속될 수 있었던 대한민국 상황이었다면… 형님도 그렇게 가시지는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12월 31일에 쓰는 글인데, 다른 얘기가 너무 많네!


자.. 이제 2시간 조금 더 남았다. (32일까지)
남은 시간 마무리 잘하고, 내년에는 1초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보자. 내게 다시금 ‘삶’을 준 분을 위하여.

2019년엔..
Python, Pyside(또는 pyqt), 그리고 Jazz Guitar.
곁눈질 하지 않기, 발끈하지 않기.
그리고, 더 많이 걷고, 타자.

Author: 아무도안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