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고, 그리고 바퀴/튜브 교체, 덤으로 페달까지.

지난 토요일, 어쩐지 나가기 싫은 맘이 강하게 몰려왔다.
그래도 이걸 이겨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날 이끌었고,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원 목적은 못해도 30km, 멀리가면 40km 정도를 달리는 거였다.
그런데 어째, 몸도 무겁고, 자전거도 잘 나가지 않는 듯 하고..

그렇게 10km 정도를 달려, 출판단지 근처까지 도착했다.
이제 조금만 가면, 늘 쉬는 공원이 나오는구나, 하는 ‘즐거운’ 맘으로 페달을 구르는데..

엉덩이 쪽이 좀 느낌이 좋질 않았다. 한 10여분 전쯤에도 이상해서 내려서 바퀴를 살펴봤었는데, 왜 또 이러는걸까..하고 내려 보니!!

이번엔 정말. 아마도 10여분쯤 전에 사고가 났었나 보다. 바람이 쭉쭉쭉, 몽땅 빠져버렸다.
아 젠장.
아 젠장.

그나마, 가까운 곳에 앉을 곳이 있어서 자전거를 세우고 맘을 가다듬었다.
늘 다니는 길이라 잘 안다. 그 근처에 자전거포는 없다는 사실을.
가장 가까운 곳이, 아마도 5km 쯤은 더 가야할텐데, 거기까지 끌고 갈 수도 없고, 바퀴만 분리해서 거기까지 들고 걸어갈 수도 없다. 게다가 토요일, 시간은 5시쯤. 오늘 문을 열었을지, 아닐지도 확실하질 않다.

네이버 지도 검색을 했다. 반경 5km(?) 정도 안에 자전거 가게는 안보인다.
그런데!!!

‘파란 자전거’라는게 한 2km 쯤 전방에 있었다.
내가 아는 한 이 근처엔 자전거 가게가 없는데…??

부푼 맘을 부여잡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이런 젠장!!
자전거포가 아니라 출판사다. 아아아아아아아!!

일단, 터져버린 뒷바퀴를 살펴봤다.
유리 파편이 박혀있었고, 그게 타이어 안의 튜브를 찌른 모양이다.
이거, 타이어도 바꿔야 하려나.

이 길을 몇번 지나치면서,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펑크 땜질(?)을 하는 사람을 간혹 본 적이 있다.
그걸 보고 타산지석을 삼지 못했던 내가 바보지. 왜 미리 대비를 하지 못했을까.

…..
다행이랄지, 바로 길가에 자전거 보관대가 있었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한참을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 세워놓고 버스타고 돌아갔다가 다시 차를 끌고 와서 자전거를 싣고 가야 하려나. (예전에도 한 번 해봤는데, 자전거를 차에 넣는게 결코 쉽질 않다. 그러나 이 편견(?)은 1시간 반쯤 뒤에 깨지게 된다.)
  • 세워놓고, 뒷바퀴만 떼고 버스를 타고 갔다가, 수리한 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와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간다.
  • 누군가를 불러 날 좀 데려가달라고 애원한다. (이때도 문제. 뒷바퀴만 떼갈까? 그냥 갈까?)

30여분간 앉아서 고민을 했다. 차에 자전거가 잘만 들어간다면, 어찌됐든 차의 힘을 빌리는 게 가장 좋다.

…..
정말로 고맙게도, 토요일 오후에 날 데리러와준 친구가 있었다.

….
나는 그냥, 자전거를 세워놓고 갈 생각이었다. 한번 해봐서 안다. 앞/뒤바퀴를 분리한다고 해도 차에 집어넣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그런데, 자전거를 타지 않는 그 친구가, 그래도 한번은 해봐야하지 않겠냐며 나를 이끌었다.

그래, 가져갈 수 있으면 좋지.
일단 앞/뒤 바퀴를 분리해서 바퀴는 뒤 트렁크에 넣었다.
문제는 몸체인데, 이걸 뒷좌석에 넣으려고 이리 저리 머리와 몸을 굴리다가, 문득 깨달은 게 있었다.
예전에 실패했던 이유는, 뒤에 큰 짐이 있었기 때문이고, 또 하나, 기름이 묻은 체인을 차에 넣다가 차를 더럽힐까 걱정이 됐었기 때문이다.

그 기억이 떠오르면서, 문득, 체인을 빼버리자는 생각을 했다.
체인링크는 괜히 끼워뒀나, 이럴 때 쓰라고 끼운거지.

결국 체인을 빼고,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는 준중형차 뒷좌석에 자전거 몸체를 실을 수 있었다.
오호.. 이렇게 되는구나. 이걸 진작에 알았으면 좀 더 여러군데 다닐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그 날은, 목표했던 40km 는 커녕, 그 1/4 에 만족해야 했다.


타이어는, 앞바퀴는 약 3년 반쯤 사용했고, 뒷바퀴는 2년 반쯤 됐다.
2015년인가, 아라뱃길에서 다소 큰(?) 사고가 나서, 뒷바퀴 휠이 휘어지고 타이어가 터져버렸기에, 뒷바퀴를 교체한 적이 있었다.

튜브는 그냥 땜질해서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예전에 사놓은 튜브도 하나 있기도 하고.
타이어는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모두 바꾸기로 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진 모르지만, 펑크 방지 처리가 된 타이어면, 조금 더 낫지 않겠나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그리하여, 고른 타이어는 “슈발베 마라톤 오리지날 클린처 타이어, 32c”. 펑크를 조금은 막아줄 수 있다고는 하는데,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런지.
내가 쓰는 타이어랑 비교를 해보니, 확실히 조금 두꺼운 듯도 하다.

또, 지난 번 사고때 뒷바퀴를 갈면서, 32c 가 없다고 하여 35c 로 바꿨었다. 앞은 32, 뒤는 35 로 지금껏 타왔는데, 튜브를 때우려고 열어보니, 튜브도 당연히 35 짜리가 들어있었다. 35 짜리 튜브를 32 타이어에 넣어도 될까, 잠시 고민하다가, 에라, 바꾸는 거 그냥 바꿔버리자하고 튜브까지 교체했다.

따라서, 앞/뒤 바퀴 모두 슈발베 마라톤 32c로.
아직 타보지는 못했으나, 뭐.. 타이어 바꾼 게 티가 나려나.
아무튼, 이번 사고(?)로 인해, 다음부터는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펑크 패치도구보다는 차라리 튜브를 가지고 다니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어찌됐든 펌프는 필요하겠다. 수동이든, 자동(CO2)이든.


그동안 쓴다고 쓴다고하다가 못쓴 페달 이야기.
한달쯤 전엔가 페달을 바꿨다.
발이 미끄러지는 느낌이 자꾸 들어서, 페달질(?)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걸 뒤져보다가 내 입장에선 다소 비싼 제품을 골랐다.
시마노 PD-GR500S, 5만원이 넘는 제품이다. 아무래도 내 자전거에는 좀 과한 듯도 한데, 달아보고 나서, 그리고 타보고 나서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페달이 커서, 투박한 내 발을 잘 지탱해준다. 돌기도 많이 있어서 신발이 미끄러짐을 방지해준다.
페달링이 따라서 편하고, 특히나 자전거에서 일어설 때 예전보다 훨씬 더 쉬워졌다.
자전거 부품 바꾸고 나서 정말, 효과가 느껴졌던 건 이게 처음이 아닐런지.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도 않네. 자전거 그립(손잡이)을 바꿨을 때도 꽤 만족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립 교체했을 때 만족감보단 페달 쪽이 더 컸다.
이런 걸 보면, 정말 내 자전거 가격의 두배쯤 되는 자전거를 타면, 뭔가 달라도 다를 듯도 하다.


기록을 위해. 현재 내 속도계 ODO(총 거리)는 890Km 다. 이 시점에서 앞/뒤바퀴를 갈았으므로, 다음에 혹시라도 또 교체를 할 때 참고할 수 있겠다.

자, 새 자전거(?)를 타고 또 다시 달려보자고.

Author: 아무도안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