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욕심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돈이 없으니 사실 없는 편인데..
다만 비싸지 않은 기기들, 특히나 키보드에 대한 소유욕은 꽤나 강한 편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이랬으니, 그야말로 세살 버릇.
문득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 만난 사람들때문에 이런 습관이 들게 된 듯 하다.
20대 초반, 만나던 사람들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이 주장하길 ‘키보드’는 소모품인지라, 자주 자주 바꿔줘야 한다고.
그 와중에, 지금에야 게임용으로 인기가 있는 기계식(알프스 키보드였던가..)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주로 로지텍, MS 를 번갈아가며 이거 저거 쓰고 있다. PDA 시절부터 휴대용 키보드도 몇 개 써봤는데, 그다지 딱 맘에 드는 건 없었다.
…
한 대형할인점에 갔더니, 로지텍 K380 을 2.5만원에 팔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가격 검색을 해보니 최저가 2.7만, 송료 별도. 합하면 3만원인데, 이건 한국어 자판이 없는 제품이다. 즉, 정식 수입품이 아니다.
그러나 내 눈 앞에 있는 건, 대한민국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매장에서 팔고 있는 정식 제품인데다가, 값도 제일 싸다. 왠지 집어들어야만 할 듯한 악마의 기운.
25만원이었다면, 아무리 최저가라도 못집어들었겠지만, 2.5만이라, 가볍게(사실 쓸 데가 없긴 한데..) 집어 들었다.
아아…
단점을 먼저 나열해본다.
- 무겁다. 생긴 건 작아서 가벼워 보이지만, 상당히(?) 무겁다. 태블릿과 같이 가지고 다닌다면, 무게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 Function 키 본연의 기능을 쓰기 위해선, Fn 키와 같이 눌러야만 한다. 불편할 수도, 아닐 수도 있겠다. (이 글 끝에, 수정 방법을 적어놓았다.)
- Home/End/PgUp/PgDn 키가 없다. 대신 Fn 과 화살표키 조합으로 대신할 수는 있다.
- Ins 키등 특수키는 아예 없다.
장점이라면,
- 3대까지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기기, 저 기기 연결하여 편하게 쓸 수 있다.
- Del 과 BS 모두 있다.
- 작다.
데스크탑에서, 뭔가 생산성이나 학습을 목적으로 쓰기엔 무리다. 멀티미디어 머신의 조종자로서 역할은 충실히 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러자면 포인팅 장치가 따로 필요하다는게 불편하다. 에어 마우스같은게 같이 있다면야 좋은 짝꿍이 될 수 있겠지만.
아울러.. Android 에선 단말기 자체 기능만으로는 외부키보드를 원활하게 쓰기 어렵다. 한가지 언어만을 쓴다면 모르겠으나, 한국인들처럼, 한두글자라도 영문을 입력해야만 하는 환경에선 외부 키보드를 쓰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 그래서??
찾아보니,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
데모판도 있는데, 데모판의 제약 때문인지 한글 입력 중 Space 키를 누르면 조합 중이던 마지막 글자가 지워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제약’은 이런 식으로 가해져있다는데..
Everything works just like in the Pro version except for the Space button which prints a message that this is a demo version.
사용자 평을 보면 입력이 안된다는 얘기는 없으므로, Pro 판을 구매하는게 좋아보인다.
언어 전환키도 내 맘대로 설정해서 쓸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한/영키로 전환도 아마 될 듯 하다.
한마디로 입력기 계의 전가보도(傳家寶刀).
한글 두벌식과 English Dvorak 자판이 전혀 무리없이 구동되는 걸, External Helper 로 볼 수 있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새삼 저 프로그램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 2018.08.23 추가.
위 글은 데모판 사용 후 쓴 글이었다.
오늘, 프로판을 구매(2,200원)하고 제대로 사용해봤다.
한글 두벌식, 영문 Dvorak 완벽하게 지원된다. 입력 전환키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그런데?? Shift 입력 후 마지막 글자가 지워지는 현상은 마찬가지다. 뭐야 이건.
그 상태로 이렇게 저렇게 써 보다가, 문제를 알아낼 수 있었다.
내가 쓰는 몇몇 프로그램 중, 유독 구글 킵에서만 위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구글 킵을 안쓰면 되겠지..?
하고 무식한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고급 설정 – Keyboard mapping – Failsafe Mode : On
이렇게 설정을 해놓으면 구글 킵에서도 문제가 사라진다.
제작자한테 문의 메일을 보내긴 했는데, 2016년 1월 이후 개선판이 없는 상황이라 어떤 답이 올 지는 모르겠다.
Function 키 원래대로?
이 키보드에선 Function 키(F1~F12)가 멀티미디어키로 기본 할당돼 있다. 이걸 원래대로 변경하려면 전용(?) 소프트웨어를 써야 한다. Windows/MacOS 에선 로지텍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Logitech Options?)를 쓰면 되고, 리눅스라면, 그 이름도 유명한 Solaar 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