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게임, Y의 비극 88.

‘신본격’이라 불리는 작가들 중, 그래도 유명한 아리스가와 아리스(有栖川有栖). 장난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이 작가는, 작품도 살짝 장난 같은 분위기가 난다. 내용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설정이 그렇다고나 할까.

작가와 동명인, 게다가 직업도 추리 소설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나오는 ‘성인 아리스가와 시리즈’가 있고, 추리 소설광이자, 추리 소설가가 되려고 하는 대학생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나오는 ‘학생 아리스가와 시리즈’가 있다.
게다가, 성인 아리스가와 시리즈는 학생 아리스가와가 집필했다고 하고, 학생 시리즈는 또 그 반대라고 하니, 그야말로 장난스럽기 그지없다.

다만, 내용은 장난과는 전혀 관계없이 세상 진지한 내용이 많은데, 월광게임은 작가의 첫 작품이다.
이 분 소설은, 출간된 거의 모두를 다 읽었다. 이제 학생 아리스가와 시리즈 중, 딱 하나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만큼, 학생 시리즈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성인 시리즈를 좋아하는가 하면, 그도 아니다. 그냥 익숙하고, 손을 댔으니 읽을 뿐.

내 인생에서, 처음 접한 추리소설은 아무래도, 내 나이 또래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용으로 편집된 ‘셜록 홈즈’ 시리즈였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아가사 크리스티에 입문하여, 그 분 전 작품의 거의 90% 정도를 읽었다. 10% 를 남겨놓은지가 꽤 오래됐는데… 이젠 시간이 너무 지나서 뭘 읽었고, 뭘 읽지 않았는지 조차 헷갈릴 정도가 됐다. 게다가, 그 당시와 지금은 번역도 많이 달라져서, 그 시절 번역을 읽으면 왠지 몸에 두드러기가 솟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일본 추리소설은 언제부터, 누구 작품부터 봤을까?
잘 생각이 나질 않네.
아마도, 미야베 미유키, 아니면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하나일거다.
미야베님은 여전히 즐겨 읽지만, 히가시노さん은 언젠가부터 손이 가질 않게 됐다.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반감이 들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책 빌리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주저리, 주저리.

그러다가 최근 좋아하게 된 작가는 시마다 소지(島田荘司, しまだ そうじ)인데, 정말 이 분 책이야말로 국내에 나온 모든 책을 한 권 빼곤 다 읽었다. 아쉬운 건, 그다지 국내에선 인기가 없는지, 번역본이 그다지 많질 않다. 이 분 책을 읽고 싶어서라도 일본어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아아아아…

월광게임 얘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구나.
난, 왜 ‘살인’을 했을까, 그 ‘동기’가 무엇일까를 보려고 추리소설을 본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맞히고 싶어서 보는 편은 아니다.
왜, 그런 처절한 짓까지 하게 되었을까, 어떤 상황이 한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이의 생명을 빼앗는 일까지 서슴지 않게 됐을까를 눈여겨 본다.

그런데, 아리스가와 작품에는, 그런게 좀 희박하다고 할까.
지금까지 읽은 작품 대부분이 그랬다. 적어도 내가 기억나는 것들에선. (기억도 나지 않는 많은 작품들 속에선, 뭣 때문에 사람을 죽였었을까?)
월광게임도 별로 다르지 않다.
특히나 이런 작가들은, 결말 부분 바로 앞에, 독자들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맞혀보라고 도전장을 내밀곤 한다. 모든 복선을 공개했고, 암시를 남겨놨으니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리라 생각한다며.
그건 게임(?)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겠으나..

월광게임에선, ‘왜’가 약하다. 처절하지도 않다.
그런 일로 사람까지 죽일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그보다도 못한 이유로도 살인 사건이 일어나긴 한다지만.)
게다가, 이 분 책은, 읽는데 별로 흡입력도 없다.

자.. 결론이자, 의문.
그럼, 도대체 왜 다 읽은 거야??
(알 수가 없네..)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