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자전거, 그리고 송촌교.

참 신기하네.
연 2주째 토요일 오후만 되면 미세먼지가 날아가니 말이야.

지난 토요일은 정말 암울했었다.
아침에 미세먼지 표시기가 시뻘겋게 변해있기에, 오늘 하루도 집 구석에만 박혀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PM10 이 190 가까이 치솟았었던 듯 하다.
그런데, 점심을 지나면서 조금씩 수치가 떨어지더니, 4시쯤 되니 노란색에서 초록색까지 좋아졌다.
이 때를 놓치면 또 일주일이 그냥 가겠다 싶어서, 오랜만에 자전거를 챙겨 달리기 시작했다.

2017년, 1년 내내 몸 상태가 좀 이상해서 결국 한 번도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2014년에 새 자전거를 사고 나서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이왕에 공기도 깨끗해진 거, 좀 멀리 가보자는 맘이 들어 출판단지까지 내달렸다.
자전거로는 1년 반쯤만에 간 길이었는데, 뭐 달라진 건 없었다.

원래는 출판단지에서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오려는 생각이었는데, 공원에서 잠시 앉아서 쉬고 있으려니, 웬지 그냥 돌아가기가 싫어졌다.
그리하여, 무려 1년 6개월여만에 송촌교까지 가보기로 했다.


송촌교는 내겐 뭔가 아련함(?)을 주는 곳이다.

2014년, 그 일이 있은 후 자전거를 샀고, 아주 오랜 만에(한 16년??) 자전거를 타고 멀리 가보게 됐었다. 그 전에는 그저 4~5Km 정도가 다였는데, 20Km 이상을 타본 건, 예전 제주도에서를 제외하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20여 km 를 달리고 돌아와선, 정말 온 몸에 힘이 빠져서 밥먹기도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 몸이란 게 신기한 게, 그렇게 몇 번을 타고 났더니 금방 적응이 되어, 그 정도는 그냥 동네 마실 나가는 정도 밖엔 안되었는데, 그런 참에 좀 멀리 가보자고 갔던 게 바로 ‘송촌교’ 였다.

이 때가 송촌교를 처음 갔던 때는 아닌데, 아무튼, 송촌교는 2014년 그 일을 이겨내고(사실 뭐.. 내가 한 건 별로 없지만) 방문한 성지(?)같은 느낌으로 내게 남아있다.

확실히 공기가 좋으니 하늘도 파랗게 보이네.

송촌교까지 오면 이제 또 한가지 고민을 해야 한다.
오던 길을 되짚어 집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차라리 더 가서 전철을 타고 돌아갈지.

큰 고민없이, 오랜만에 송촌교를 봤으니 공릉천도 보고 싶어 공릉천변 자전거 길로 향했다.

그런데!!
별 다를 게 없었던 송촌교까지 여정과는 달리, 공릉천 자전거길은 확 달라져있었다.
사진이 충분하진 않지만, 위는 예전 사진이고, 아래는 이번 사진이다. 사진에 같은 나무가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공릉천 변에 있는 (이름 모를) 나무.


그냥 시멘트 길이었는데, 아스팔트 길로 예쁘게 포장이 되었다. 송촌교 쪽까지 다 이렇게 된 건 아니고, 송촌교에서 금촌 쪽으로 어느 정도 오면 포장 도로가 시작된다. 이왕이면 다 해주지..

이렇게 신나게 씽씽 달리다보니, 녹색이던 미세먼지 수치가, 어느새 파란색이 되어있었다. 1년에 몇 번 보기 힘든 파란색.

신나게 달리고 달려, 예전부터 늘 이용하던 옥이네 기사식당으로 갔다. 이 집은 늘 내가 갈 때면 사람이 별로 없는데, 값은 3년째 여전히 6000원이다.
열심히 달린게 미안할 정도로, 포식을 하고 어두워진 길을 밝혀 조금 더 공릉천을 돌아다녔다.

멀리 달이 보이네.

봉일천교까지 거의 다 갔다가, 온 길을 되짚어서 금릉역까지.
총 38Km 정도.
오랜 만에 많이, 오래 탔네.
그럼에도 별로 피곤하지 않은게 신기할 따름.


그리고 오늘.
오늘도 비슷했다.
오전 미세먼지는 PM190 정도는 아니었어도, PM2.5 수치가 꽤 높았다.
자전거는 못타겠구나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4시쯤 되면서부터 상태가 나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주처럼 파란색까지 바라는 건 무리일 듯 했지만, 녹색이라도 어디냐.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은 다시금 노란색이 돼 버렸다.)

오늘은 파주까지는 아니었고, 그냥 동네 한바퀴를 돌았는데, 이리 저리 누비다보니 어느새 25Km.

한국인들의 ‘운전’ 예절에 관해 한가지.
아주 오래 전, 영국에 갔다가 놀란 적이 있었다.
그냥 무심코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는데, 차들이 내가 서 있는 걸 보고, 건너가라고 멈추더라는 거.
오히려 놀란 나는 처음엔 건너지 못하고 머뭇거렸었는데, 나중에야 그게 그네들 방식이라는 걸 알고 자연스레 건널 수 있게 됐었다.
그 이후, 나도 (물론 한국에서) 가능한한 보행자를 우선하여 운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가야 할 일이 있었다. 1차로 밖에 안되는 길인데,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빠져들어오는 길이기에 통행이 많을 때는 잠시 기다려야 할 때도 있는, 그런 길이다. 원형 교차로 진입부분이기 때문에 차들이 속도를 낼 수는 없는 길이긴 해도, 연달아 오는 상황에선 도저히 건널 수가 없는 형편인데,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은 오랜 기다림없이 그냥 건너곤 했었다.

헌데, 오늘따라 왜 그리 차가 많은 지. 자전거를 붙잡고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차들이 좀처럼 줄어들질 않았다. (그래봐야 총 기다린 시간이 3분도 안됐을 테지만..)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30여대는 지나갔을까, 밀려드는 차들 탓에 좀처럼 틈이 나지 않았다. 살짝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과연, 이 땅에도 ‘선한 사마리아인'(그러려면 내가 길가에 쓰러져있어야 하는데..)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슬쩍 드는 순간,
집채만한 트럭이 미끄러져오더니, 내 앞에서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무심하게 건네는 수신호. (요즘 애들은 이럴 때 ‘시크’를 쓴다. 물론, 이건 chic 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나도 보답하는 손짓을 보내고 길을 건넌 뒤, 자전거에 재탑승하고 기분좋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역시.. 그래도, 운전을 하다보면, 전업 운전자들에게서 오히려 더 예절을 느끼는 때가 많다. 물론, 생업이 운전이기에 도로에서 다소 각박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은게 그네들이지만, 그래도 승용차 주인장들보다는 조금은 더 배려가 있어 보인다는게 내 생각이다.

내 앞을 아무 생각없이 지나쳐간 무수히 많았던 ‘자가용’ 운전자들…
이런 것들도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이른바 갑질이다. 갑질은 돈많고 권력있는 이들만 하는 건 아니다.
물론, 조금 더 기다려서 차들이 없어진 뒤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왜 내(자동차)가 너(사람/자전거)를 배려해줘야 하느냐고 따진다면, 뭐라고 얘길 해줘야 알아들으려나.)
정말, 요즘은 이런 작은 배려가 아쉽다.

지난 번보다 평균 속도가 2Km 정도 올랐는데, 아마도 맞바람이 불지 않았기 때문일 듯 하다.
그래서인지 하나도 피곤하지도 않으니..

운동 효과가 있으려면 50Km 는 타야하려나?


파란색까지 바라는 건 너무한 바람인 듯 하고, 이 정도로만 머물러줘도 좋으련만.

안녕하세요.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