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몇 개 더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2장 밖에 없네.
2015년 8월에 구매하여, 2년 반이 넘게 사용하다 보니 큐브에 때가 많이 타버렸다. 스티커가 없는 제품이라 겉은 괜찮은데(자주 닦아줬으니까 더더욱), 조각 안쪽엔 보기 싫게 때가 묻어있어서, 돌릴 때마다 눈에 짜증을 조금씩 심어줬다.
틈이 너무 작아서 면봉으로도 건드릴 수가 없고, 그냥 그 상태로 몇 달을 그냥 쓰다가, 문득 분해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이걸 분해하게 된 계기는 전혀 엉뚱한 데 있었다.
며칠 전 보기 시작한 300 Words(원제는 Painless Vocabulary)의 첫 단원에 있는, 다음 문장이 나를 큐브 분해로 이끌었다.
Anything with a dinosaur patter elicited from Luke expressions of sheer glee, …
모르는 단어가 있긴 했지만, 문장 자체는 굉장히 간단한데, 왜 그런지 ‘해석’이 되질 않았다. 뜻은 알겠지만, 한국말로 옮기자니 뭐라 해야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는데..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from Luke 가 앞으로 나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expressions 을 elicit 의 목적어로 보면 쉽게 풀린다.)
슬쩍 짜증이 나서 큐브를 만지다가, 더럽혀진(!!) 조각들을 보니 더더욱 짜증이 났다.
이럴 땐 잠시라도 집중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한데, (그럴 때 좋은 게 ‘건담’ 조립이지!), 갑자기 건담이 어디서 나타날 수는 없는 법. 문득, 손에 쥐고 있던 큐브를 부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어떤 모델이었더라, 한번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는데 꽤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망설이기도 했지만, ‘망가지면 새로 사지 뭐'(이걸 원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으로 해체에 돌입했다.
2년 반을 쓰면서, 여기에 세기 조절이 가능한 스프링이 들어 있단 걸 이제야 알았다.
각 큐브의 중앙에 위치한 조각엔 뚜껑(?)이 있는데, 그걸 열면 나사가 있고, 그걸 돌려서 강하게/약하게 조절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사를 완전히 돌려 풀어버리면, 우수수 떨어지는 조각들을 볼 수 있다.
그 조각들이 위에서 두번째 있는 사진에 나와있다.
첫번째 사진은 주 뼈대.
지저분해진 조각을 닦는게 귀찮았지, 조립은 굉장히 쉬웠다. 제대로 교육을 받은 만 12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듯?
조각 조각들이 다 정확하게 맞게끔 설계되어 있어서, 이 조각이 여길까? 저길까? 하는 느낌도 없었다. 그 자리에 그냥 쏙쏙.
아래층부터 맞춘 뒤, 한층씩 쌓아나가면 된다.
분해/조립에 필요한 건 기교나 손재주가 아니다.
그저 시간, 그리고 의지, 또는 끈기?
30분쯤이면 조립이 완성될 듯도 하다.
오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조립을 마친 뒤, 탄성을 조절해주고 테프론 오일을 뿌려주니..
오!! 새거가 됐네.
(이리하여, 또 한번, 새것을 갖고 싶다는 쓰잘데 없는 유혹을 떨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