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글’로 먹고 사는 직업인은 없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다면 편하겠지만, 아직도 꽤 많은 이들이 글로 먹고 산다.
그런데, 인터넷이 활성화면서, 활자매체가 없는 언론기관이 많이 늘어났고, 그에 따라 ‘기사’도 늘어났다. 그러나, 그에 반비례하여 글의 품격은 상당히 많이 떨어져버렸다.
최근, 너도 나도 쓰고 있는 ‘~이유다’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 아닐까. 이것에 대해선 언젠가 좀 자세히 써 볼 날이 올테지.
아주 최근 눈에 밟히는 표현은 ‘~거로 보인다.’이다.
최근에 본 기사에 이런 표현이 있었다.
캐러거는 10일 맨체스터 올드트라포드에서 노스웨스트 더비를 지켜본 뒤 돌아가는 길이었던 거로 보인다.
거로 보인다?? 아무리 봐도, ‘기사’에서 볼 수 있는 표현은 아니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이 뜻은 모두 ‘구어(대화)’에서 쓰는 표현이라고 돼 있다.
사전의 뜻을 거스를만큼 이유가 있다거나, 틀에 박힌 작문법을 부수고 싶었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런 의도가 숨어 있을까?
저 글이 ‘방송’ 내용을 그대로 옮겨적은 것이라면 또 몰라도, 나머지 내용은 모두 문어체인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건 거의 확실하다.
도대체 어떤 ‘애’들이 이런 글을 쓰는 지, 궁금하긴 하네.
‘기자의 글쓰기’라는 책에선, 의존명사 ‘것’을 가급적 쓰지 말라고 권장하고 있다. ‘것’은 아마도 일본어 もの 를 흉내내려다가 온 표현이 아닐까하고 막연한 추측만 해보지만, 아무튼 쓰지 않아도 표현이 되는 데 일부러 넣는 경우가 많다. 그 책을 보고 난 후 나도 가급적, 불필요한 ‘것’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저 글은 ‘것’을 쓰지 말라고 하니, ‘거’로 단어만 바꿔버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저 기사에서만이 아니라, 최근 몇 번 더 본 느낌이 강하게 드니, 앞으로 좀 더 신경을 써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