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은/오경희/정민아 : 산조的 감각

예전부터 산조에 관심이 많아서 몇몇 음반을 사기도 했었다. 아마도, ‘성금연’ 님의 앨범이 첫 경험이 아니었나..

기타 산조도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두개. 김수철님과 김도균님의 앨범. 그 이후로도 누군가 시도를 했을 수도 있지만, 아직까진 내 귀에 들리진 않았다.


정민아님은 아마도 2014년, 내게 그 일이 있을 무렵에 알게된 듯 하다. 병원에 누워서 계속 듣고 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아마도 상사몽이었던 듯 한데..

그 덕에 그 뒤 앨범을 모두 들었고, 지금도 새 앨범을 기다리고 있는 중.
그 와중에, 작년에 나온 산조 앨범을 알게 되었다. 진작 구매하려 했는데, 차일 피일 미루다가 며칠 전에야 내 손에(아니.. 내 디스크에) 들어오게 되었다.


먼저, 나는 ‘的’을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에 더하여, ‘것’도 가능한한 배제하려 노력 중이다. ‘적’은 일본어에서 왔다고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사실 이게 원래 일본어도 아니고, 영어권의 ~tic 을 그냥 음차했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적은 한자어에만 제한하여 붙인다고 했는데, 이젠 여기 저기 아무데나 붙이고들 있다. ‘느낌적인 느낌..’ 또, 의외로 많이들 쓰는 표현이, ‘마음적’

‘것’은 확실하진 않지만, 일본어 ~もの 에서 온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글에서는 많이 쓰지만, 일반 대화체에선 그렇게 많이 쓰지 않는데, 유독 이 표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땐, 밑에서 부터 뭔가 자꾸 올라오는 듯한 게 영.. 속이 좋질 못하다.

솔직히 말해, 독서량 부족이 저런 표현들을 탄생시켰다고 보지만서도..


산조에 ‘적’을 붙인 이유야 있겠지만, 그냥 ‘산조 감각’이라 해도 충분했을텐데, 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조미료를 첨가했을까. 조금 아쉬움이 든다.

곡 제목으로 넘어가도 조금 씁쓸함이 감돈다. 곡은 크게 전통산조, ‘모던’ 산조, ‘컨템퍼러리’ 산조, 그리고 ‘서공철류’로 나뉜다.
산조계에서 저런 분류가 원래부터 있는지는 모르지만, ‘모던’ 이니, ‘컨텀퍼러리’니로 수식을 해야했을까? 뭔가 살짝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일까..?


잡소리는 여기까지.
음악은, 역시 팔이 안으로 굽어서(뭐 실제로 아는 사이는 전혀 아니지만~) 그런지, 정민아님의 선율이 가장 귀에 들어온다. 서양 음악 용어로 얘기하자면, 워킹 베이스가 묵묵히 제 길을 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달까.

중모리로 서서히 시동을 건 후, 중중모리는 살짝 애를 태운다. 뭔가 더 재미난 얘기가 있을 듯, 살짝 나를 꾀어 보려는 듯, 한번 와볼래? 하는 투로 내 귀를 유혹한다.

유혹이 끝나면, 바로 본모습을 보인다. 내 얘길 들어보려무나, 하며 타령(자진타령)을 시작한다.
그리곤 자신의 살아온 얘기를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휘몰아친다. 옆에서 취임새를 돋우는 장고와 향기로운 곡차를 나눠가며, 도란도란, 또는 두런두런.

늦은 휘모리2로, 이 모든 장정을 마친다.내 얘길 했으니 당신 얘기도 해달라는 듯, 내가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듯, 저음(기타로 치자면 6~5현의 베이스에서)으로 동일한 음률이 계속 반복된다.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는 널뛰기가 계속 되다가, 문득 ‘퉁~’ 하고 끝나버린다.

한마디로, 멋있다. 역시나, 기계음만 계속 듣다보면, 가끔씩은 이런 음악을 들어줘야 귀가 정화됨을 느낀다.
역시, ‘모던 가야그머’ 정민아님.


그에 비해 김태은님의 연주는 그야말로 Contemporary 다. 공부가 부족해서 Modern 과 Contemporary 의 단어 자체로서 차이, 또 그 기저의 의미는 알 수가 없지만, 스케일이나 연주 기법이 전통 방식 그대로는 아닌 듯 하다. 그만큼 국악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

원래 이렇게 쓰는 대문에는 앨범으로 제목을 붙이고, 앨범 커버를 사진으로 곁들이는데 이번 앨범엔 세 분 얼굴이 나란히 나와있어서.. 어쩐지 붙이기가 좀..?
그래서 그냥 이 근처 사진으로 대신한다.


벌써 가을이다. 이런 저런 일로 인해 올 여름은 어찌 갔는지.
‘만화’처럼 시작된 올 한 해. 벚꽃 ‘흩날릴’ 때만 해도 이러리란 상상은 못했었는데, 흐드러지게 핀 꽃을 만끽해보지도 못하고 이젠 ‘낙화’만을 기다려야할 때가 됐다.
‘물처럼 파장’을 내며, ‘유수’ 같이 ‘흘러가 버린’ 시간.. 다시 ‘다스리며’ 살아갈 수 있을런지.


2020.09.13~2021.04.27